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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성경과 신학

주인은 왜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했을까?

by 데오스앤로고스 2024.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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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16장에 등장하는 '옳지 않은 청지기 비유'. 주인은 그를 칭찬한다.

 

옳지 않은 청지기는 주인의 재물에 손해를 끼쳤다. 자기 멋대로 주인에게 빚진 자의 빚을 탕감해줬다. 

 

옳지 않은 청지기 비유와 관련해서 권해생 박사(고려신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2천 년 동안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었지만, 아직도 만족할 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 비유와 관련된 다섯 가지 이슈에 대한 해답을 찾을 때 비유의 뜻을 온전히 알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비유는 어떤 문맥 속에 위치해 있는가?
2) 비유의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3) 청지기가 탕감한 빚이 무엇이기에 주인은 그를 칭찬할까?
4) 9절에 나오는 ‘불의의 재물’, ‘그들’, ‘영주할 처소’는 각각 무엇인가?
5) 작은 것/큰 것, 불의한 재물/참된 것, 남의 것/너희의 것은 각각 무엇을 뜻하는가?

 

 

 

 

 

*이 글은 여러 신학회 학회지에 실린 한국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들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가치 있는 연구 결과물을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일부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연구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권해생 박사의 <옳지 않은 청지기 비유(눅 16:1~13)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 제자도>, 한국성경신학회, 「교회와 문화」, 제51권(2024년).

 

 

 

권 박사는 다섯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옳지 않은 청지기 비유'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구원과 물질의 관계
재물 나누는 구원받은 자

특히 권 박사는 "16장의 비유 앞에 유명한 세 비유가 나온다. 세 비유 모두 잃은 것(자)을 찾은 기쁨에 관한 비유다(눅 15:1-32). 이는 누가복음의 핵심 주제인 ‘구원’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라며 "15장과 '옳지 않은 청지기 비유'는 서로 구원과 물질 사용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말해준다"라고 주장한다.

 

삭개오의 변화를 설명하는 배 박사는 "예수를 만나면 사람이 바뀐다. 재물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하나님께 주도권이 있다. 삭개오 이야기 앞, 18장에는 부자 관원 이야기가 나온다(18:18-30)"라며 "결국 구원 받은 자는 재물을 나누는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옳지 않은 청지기 비유’와 ‘부자와 나사로 비유’ 사이에는 돈을 좋아하는 바리새인에게 주는 예수의 교훈이 담겨있다(눅 16:14-18)"라며 "하나님 나라 복음을 듣고 믿는 자는 그에 합당한 제자도를 보여야 하는데, 특히 재물을 사용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피력한다.

 

비유의 구조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배 박사는 "옳지 않은 청지기 비유는 재물 사용에 관한 비유다. 그런데 그 상황이 지극히 종말론적이다"라며 "영원한 처소에 들어가는 문제와 연결된다(눅16:9). 다시 말하면, 최후의 심판을 염두에 두고 재물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재물을 사용하는 것과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곧, 재물을 섬기는 자는 하나님을 섬길 수 없다"라고 강조한다.

 

 

 

 

 

 

 

불의한 청지기,
주인은 왜 칭찬했을까?

권 박사는 "청지기는 처음에도 주인의 재산을 허비하는 옳지 않은 행동을 하였고, 위기에 닥쳐서도 주인의 재산을 마음대로 탕감하는 옳지 않은 행동을 하였다. 그러나 비록 청지기의 행동이 비윤리적이지만, 위기를 모면하는 그의 영민함은 칭찬을 받는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미래를 미리 대비하여 재물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그는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통적인 해석과 달리, 최근까지는 3가지 대안 해석이 나왔다"라고 소개한다.

 

첫째, 청지기가 감면해 준 것을 원금이 아니라 이자로 보는 견해.

둘째, 청지기가 탕감해 준 것은 사실 그가 받을 수수료라는 주장.

셋째, 주인의 자비한 성품을 이용하여 청지기가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는 주장.

 

이와 관련 권 박사는 "세 가지 대안적 해석들은 난제를 푸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저마다 한계를 지니고 있다"라며 "때문에 전통적 해석이 여전히 유력하다고 볼 수 있다"라며 "주인이 그를 칭찬한 것은 청지기의 도덕성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그의 지혜, 즉 그의 영리함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미래를 준비하면서 물질을 사용한다"라고 밝힌다.

 

이어 "그는 물질을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선을 베푼다. 자신의 물질이 아니지만, 그 물질을 통해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한 다. 이것이 옳지 않은 청지기이지만, 주인이 칭찬한 이유다. 예수께서는 바로 이와 같은 이 세대 아들들의 지혜를 제자들에게 요구하신다. 그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다. 물질을 너그럽게 사용하여 위기에 대처하는 지혜다"라고 역설한다.

 

 

'불의의 재물'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눅 16장 9절에 등장하는 '불의의 재물'은 무엇일까?

 

권 박사는 "재물은 우리를 불의하게 행동하도록 유혹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불의의 재물’이라 부를 수 있으며, 참된 것과 반대되는 불확실한, 불안정한 재물로도 볼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배타적이지 않다. 재물에는 이 두 가지 속성이 모두 있다. 따라서 영원하지 않은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우리를 불의로 인도할 수 있는 재물을 조심하면서, 오히려 그 재물을 사용하여 친구를 사귀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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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않은 청지기' 비유
청지기의 지혜를 배워야

"다가올 심판을 준비하라"

배 박사는 "옳지 않은 청지기 비유는 그중에 가장 논란이 많은 난해한 비유다. 그러나 난해한 만큼 비유를 바르게 풀기 위해서는 지나친 추측을 배제하고 본문이 명확하게 제시한 것을 토대로 비유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비유에서 강조되는 것은 옳지 않은 청지기의 지혜다. 그것은 그가 재물을 사용하여 다가올 심판을 잘 준비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하나님 나라 백성은 종말론적 심판을 기억하며 오늘 내 삶의 자리에서 재물을 적절하게 사용하여야 한다"라며 "결국 16장에서는 구원받은 하나님 나라 백성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제자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제자도의 핵심은 마지막 때를 준비하는 것과 재물의 올바른 사용이다"라고 주장한다.

 

이어 "부자와 거지 나사로 비유에서는 마지막 때를 생각하지 않고 재물에 대해 옳지 못한 태도를 보인 부자를 반면교사로 내세운다"라며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사람은 많은 부를 가지고 있지만, 내 집 앞의 굶어 죽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삶을 호화롭게 즐기는데 관심이 있다"라며 "이런 사람은 그가 참 믿음을 갖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리하여 마지막 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따라서 누가복음 15장의 구원 이야기는 누가복음 16장에서 종말론적 신앙을 통해 재물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이야기로 열매를 맺는다"라고 결론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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