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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성경과 신학

'성서학의 쓸모'에 대한 성서학자의 질문과 답변

by 데오스앤로고스 2023.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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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교에 대한 성서학의 쓸모는
목회자로서의 인격적인 실패를
설교에서 피하게 해주는
방패라고 할 수 있다."

 

 

 

한국신약학회(회장:이민규 박사, 한국성서대 교수)가 지난 11월 17일(금) 오후 1시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원장:김지철 목사)과 함께 <성서학의 쓸모?!:성서학자가 묻고, 성서학자가 답하다>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성서학자가 질문을 던지고, 성서학자가 답하는 형식을 취하며 진행됐다. 

 

두 가지의 공통 질문에 대한 답변은 김동성 박사(감신대), 송진순 박사(이화여대), 한수현 박사(청수감리교회)가 했으며, 김지철 목사와 김요한 목사(새물결플러스)가 패널로 참여했다.

 

 

첫 번째 성서학자의 문답

 

Q1. 전문적인 분과학문으로서 성서학이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근자에 목회 현장이나 사회적 운동의 장에서 성서학 자체의 쓸모가 의구심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지나치게 전문화된 논의, 적실성을 잃어버린 현학적인 논쟁, 전통적인 신앙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 등 여러 이유로 성서학과 제 현장과의 괴리감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진 것 같습니다. 박사님께서 서 계신 자리에서 보셨을 때, 이러한 상황에서 성서학의 쓸모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만약 쓸모가 있다면 누구의 쓸모이며, 어떤 쓸모일까요?

 

 

김동성 박사

김동성 박사는 성서학의 핵심적 가치는 '비판적 탐구'라고 답했다. 김 박사는 "거칠게 이야기하면 성서학은 성서 텍스트를 보던 대로, 관습대로, 문자적으로, 전통에 따라, 또는 교리적/신학적 틀에서 바라보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다"라며 "성서학적 탐구는 가보지 않은 낯선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며 ‘탐험’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성서를 비평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은 본문을 꼼꼼하고 세밀하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단어와 구절을 비교하고, 용례와 출처를 점검하고, 역사적 맥락과 정황을 파악하는 과정은 결코 한눈에 빨리,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과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송진순 박사는 "외적으로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린 교회, 내적으로 가나안 성도의 증가와 플로팅 교인의 확산, 교세 감소 등 현재 한국 교회는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라며 "이러한 현실에서 성서학의 존재 이유는 교회됨과 신자됨의 가치, 그 온전한 이해에서 찾을 수 있다"리고 주장했다.

 

송 박사는 "성서학은 학자들을 위한 성서 연구, 지적 유희를 위한 성서 의미 발굴의 작업을 넘어, 교회 내 토대 가치로서 설교와 절기 교육, 예배 구성, 생태 문제, 억압과 차별의 현장, 봉사와 나눔의 행동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살아있는 연구로 기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성서는 기독교인의 삶이 성서에서 만나고, 삶이 변화됨으로 사회가 변화와 해방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라며 "사회 문제를 성서의 눈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전하는 메시지로 읽는 신학적 성찰의 힘, 그것이 성서학의 든든한 존재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는 예배를 마치고 내 집이 아니라 세상으로 보냄 받은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다"라고 피력했다.

 

한수현 박사는 "성서학은 목회 현장에서 '쓸모'가 있다"라며 "특히 ‘어떤 쓸모’보다 ‘누구’에 먼저 초점을 맞추고 싶다. 과연 성서학을 활용하는 것이 ‘누구’냐가 중요하다"라며 "성서학의 긴 역사와 좌우 진보와 보수에서 양산된 수많은 결과물들을 활용하는 ‘누구’는 그 자료의 거대함에 휩쓸리지 않고, 즉 공부를 하다 보니 난 보수이더라, 진보이더라는 형식이 아니라, 자신의 역사적 현실적 자리가 어디인가를 알아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한 박사는 " 성서학 자체의 공부를 통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자리를 알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자신이 공부한 학자나 그의 자료를 기반으로 그 학자의 삶의 자리를 발견하고 비평하면서 그의 학문적 결과문들을 함께 이해해 나간다면 성서학을 쓸모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그 쓸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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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성서학자의 문답

 

Q2. 성서학과 현장 사이의 괴리감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분야가 바로 ‘설교’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통적으로 설교는 어떤 모양이든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앙적, 신학적 실천이지만, 여러모로 성서학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합니다. 박사님은 성서학이 설교에 어떤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아울러 양자의 관계를 어떻게(또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성서학자들의 답변들

김동성 박사는 "교회 현장에서 성서학의 쓸모라는 측면에 보았을 때, 성서학의 ‘느림’과 ‘꼼꼼함’의 가치는 비현실적일 수 있다"라며 "성서학은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설교자/연구자가 아니라, 본문의 심연 앞에서 부족한 자임을 깨닫게 한다. 우리를 낮추는 성서학은 우리가 반복해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이러한 배움을 통해서 우리는 성서학적/신학적 어휘와 개념을 늘리고, 내가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안주하고 살았던/설교했던 울타리를 넘어서거나 그 울타리를 확장하도록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서학은 연구자/설교자가 성서 본문의 심연의 세계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세계에 머물고 있으며, 얼마나 아는 것이 적은지를 되돌아보게 해 준다. 자신의 한계와 무지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교회를 더욱 낮아지게 하고, 겸손하게 하며, 더욱 포용적인 태도를 가지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진순 박사

송진순 박사는 "우리가 교회 절기와 교회력이 성서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예배구성이 어떤 성서적 전거와 전통에서 현재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 친교가 사귐을 넘어 공동체성과 교회론의 핵심이 성서적으로 어떻게 이해되는지, 선교가 하나님의 창조역사에서부터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교육적 기반이 약하다"라고 진단했다.

 

송 박사는 "따라서 설교와 성서학의 관계는 교회-사회-성서라는 총체적 관련성에서 계속 질문해야 할 것이다"라며 "성서학을 한다는 것은 성서 텍스트의 의미만 밝히는 것이 아니다. 성서 텍스트가 전제하는 역사 사회적 정황−정치, 경제, 문화적 상황 속에서 성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신앙의 관점으로 역사를 기술하고 자신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 다시 말해 기독교적 세계관을 만나고 해석하는 작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여기’라는 나와 공동체의 삶의 자리를 ‘파악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의 과정’이 바로 성서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만나는 과정이다"라며 "성서학과 교회 설교와의 괴리는 교회 부분만 다뤄서는 해결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기후위기 및 생태 문제, 기업의 가치 경영, 한국사회의 젠더 불평등, 초고령화 사회 진입 등 차별과 배제 없는 하나님의 사랑, 세대를 넘어선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공동체 이야기가 설교에서 이야기되도록 성서학이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수현 박사

한수현 박사는 "목회현장에서 설교를 고민하며 성서학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성서학보다는 웅변학, 처세술, 심리학, 화술등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다"라며 "설교학 교수가 설교를 잘하는 것을 잘 보지 못했고, 성서학 교수가 설교를 잘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 박사는 "교회에서 일주일에 8번을 설교하지만 개인적으로 주석서들을 살펴볼 시간이 없다. 대신 이런 저런 책들을 다독하는 편이다"라며 "목회라는 것이 주는 긴장감과 감정적 동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청중을 움직이는 설교도 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쁜 설교를 할 기회를 얼마나 많이 피해 갈 수 있느냐이다"라고 주장했다.

 

한 박사는 "설교를 이용해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거나 자신의 정치적 소견을 강요한다거나 누군가에 대한 불만을 설교로 포장한다거나 등등 신학생때에 알게 모르게 느낀 나쁜 설교에 대한 유혹을 매일매일 설교하는 설교자는 자주 느낀다"라며 "이때 나는 성서 주석과 관련 논문을 찾아본다. 성서학의 차갑고도 매끄러운 논의들이 나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내가 누구인가를 다시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교에 대한 성서학의 쓸모는 목회자로서의 인격적인 실패를 설교에서 피하게 해주는 방패라고 할 수 있다"라며 "성서학의 말들은 누군가를 사탄으로 몰지도, 누구의 인격을 모독하지도, 권위적이지도 않다. 그러한 형식이 저를 안정시키고 그 내용이 다시금 예배를 준비하게 한다"라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패널을 비롯해 플로어에서도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성서학의 쓸모?!": 성서학자가 묻고, 성서학자가 답하다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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