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연구(5) *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실천신학적 성찰과 제언
/ 김순환 교수(서울신대, 예배학)
“한국 교회는 이론적이고 사변적인 틀에 매여 서로 실존의 장에서 만나 교감하고 일치를 이루기도 전에 선을 긋고 타재를 배타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실천 현장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하나됨의 가능성을 더욱 찾아가야 할 때다.”
김순환 교수는 “한국 교회 분열은 매우 심각하다. 하지만 대체적인 원인은 근본적인 교리의 오류나 차이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대체로 굴곡에 찬 민족사적 배경에 연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연구논문을 통해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교회연합에 대해 언급한 김 교수는 “이와 같은 분열 현황을 더 이상 좌시돼서는 안된다”며 “같은 교파 간의 연합은 물론, 교파, 교단, 개교회가 전혀 벽이 없는 교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실천신학의 방법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교회연합의 목표는 다양성 없는 획일성이나 중앙집권적, 일방적, 통제적, 교회 건설이 아니다”라며 “서로 언어와 문화, 세부적인 정황에 따라 다른 표현과 실행들이 허용되면서 느끼게 되는 집합적 개체 교회들의 하나됨의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양보와 희생, 서로에 대한 수용의 정신을 더욱 발전시켜, 교회 간의 연합활동 및 공동사업 강화, 교단 및 신학교육기관의 개방적 정책, 기독교 사회봉사 신학의 활성화 및 한국 교회 과거사에 대한 관용의 자세 등이 요청된다고 피력한다.
김순환 교수의 연구논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한국 교회의 분열 현황 가운데 교회연합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곳은 실상 교파와 교회는 차치하고, 오히려 동일 교파 내의 교단이다. 왜냐하면 한국 교회의 극심한 분열 양상과 거리감은 교리적 차이를 갖는 교파 간의 관계에서 발생한 것이기보다는 주로 동일 교파 내 다른 여러 교단 간의 문제에 집중돼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 분열의 원인들도 살펴보면 근본적인 교리적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기보다는 신학적 진보성과 보수성 등에 엇갈린 입장이나, 혹은 성서해석 방식들에 따른 이유이거나, 교회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른 파당적 동기에 기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
3. 오늘의 분열 현실은 다양한 교파적 교회들의 상호 도전과 견제라는 순기능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할지 모르나 그런 순기능을 기대하기에는 과도하리만치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데다 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이나 선교의 확대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4. 교회연합은 기독교회의 본질을 좌우하는 당위적 사안이다. 다시 말해 교회가 서로 하나님을 잊는다는 것은 이미 그리스도의 교회됨을 포기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니케아 신조는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 믿는다고 고백함으로써 오늘의 교회연합운동을 위한 중요한 방향과 지침이 되고 있다.
5. 오늘날의 시대는 다양성을 큰 특징으로 하고 있다. 획일적 통일이 아닌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가 필요한 시대다. 이를 위해 서로 간의 배타적 적대시나 거리감은 피해야 할 것이며, 오히려 서로 간의 이해가 필요한 때다.
6. 실천신학은 교회의 일치를 이루기 위해 현장, 곧 정황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기독교적 정체성을 담보하는 성경과 사도적 전승의 중요성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7. 신약성경은 교회의 중심적 행위인 예배와 선교의 초점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교회의 공동 기반 혹은 일치를 가능하게 하는 주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8. 말씀과 성례 속에서 종교개헉자들이 실현하고자 한 것은 ‘오직 믿음’의 주체인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이었듯이 교회의 연합을 위한 단초는 의식, 관습, 그리고 세부적인 교리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의 고백이 그 중심에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9. 한국 교회 연합정신의 앙양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상호 이해와 조화의 정신이다. 각 교파 및 교단들은 신앙의 실천적 영역에서 공동의 이해와 교감을 갖고 활용할 수 있는 신앙지침 등의 공동 발간 노력도 더 확대해야 한다.
10. (교회 간의 연합활동 및 공동사업 강화) 연합활동은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공동 연구 등에서 탄력 받을 수 있다. 타자의 신학과 실제 경향에 대해 교리적인 편견으로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의 독특한 형성 배경이나 맥락을 함께 보면서 이해를 증진하고, 서로의 강점을 볼 줄 알며, 긍정적 도전을 인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11. (교단 및 신학교육 기관의 개방적 정책) 신학대학원은 자기 교파와 관련된 교육 내용에만 과감하게 매달려 좁고 편협한 시각을 가진 채 신학 훈련을 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타 교파의 신학과 교리에 대한 이해 등도 커리큘럼 안에 포함시켜서 자신의 신학적 정체성이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에서 형성될 수 있도록 도우며 동시에 타자에 대한 이해와 큰 틀 안에서 일치의 정신을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12. (기독교 사회봉사 신학의 활성화) 기독교 사회봉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계승하는 것으로 교회의 기본법이다. 복음전파와 사회봉사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와 같은 실천현장에서 교회들은 사소한 교리적, 관습적 차이를 넘어서서 서로 연합의식을 더욱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13. (한국교회 과거사에 대한 관용의 자세) 한국 교회는 혹독한 환경 하에서 선교지 분할 문제,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 친일문제, 좌ㆍ우 이념적 갈등, 신학적 진보와 보수의 상충 등으로 시련을 겪어왔다. 결국 동일 교파들이 수많은 교단으로 갈라져 나가게 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갈등의 배경이 되었던 시대로부터 한 세대가 지나고 반세기를 넘어서는 시점에 한국 교회 모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제는 보다 폭넓고 관용적인 신앙실천을 해야 할 때다.
14. 교회연합의 목표는 다양성 없는 획일성이나 중앙집권적, 일방적, 통제적, 교회 건설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언어와 문화와 세부적인 정황에 따라 다른 표현과 실행들이 허용되면서 그 가운데서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서로에게서 본질적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집합적 개체 교회들의 하나됨의 경험이다.
15. 이론적이고 사변적인 틀에 매여 서로 실존의 장에서 만나 교감하고 일치를 이루기도 전에 선을 긋고 타자를 배타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실천 현장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하나됨의 가능성을 더욱 찾아가야 할 때다.
▶ 위의 기사는 한국실천신학회 학술지 ‘신학과 실천’ 제26호(2011, 봄)에서 일부 발췌 및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기사의 목적은 일선 목회현장에 직접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한국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들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있는 만큼 기사 형식을 제외한 모든 내용의 저작권은 해당 학회에 있음을 밝힌다.
<Copyrightⓒ데오스앤로고스 / 무단 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진단! 한국교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혼 기독청년 절반, 결혼 전 ‘성관계’ 경험 그리고 ~ing (0) | 2015.12.11 |
---|---|
기독교비평서는 미래 교회 부흥을 위한 '제안서' (0) | 2015.12.11 |
메가처치, 최고의 ‘종교상품’ 제공과 최소한의 ‘요구’로 급성장 (0) | 2015.12.11 |
잘못된 정관개정은 ‘개악’… 교회 공공성 훼손과 직결 (0) | 2015.12.11 |
정교유착 행태 지속하는 국가조찬기도회 규탄한다 (0) | 2015.1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