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갱협, ‘고통의 시대 목회자, 무엇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세미나
2014년 5월 23일 기사
최근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거나 가족의 생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슬픔에 빠져 있는 유가족들은 현재 심한 우울증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그들의 참담한 아픔을 제대로 어루만지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지금은 고통의 시대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 아니 목회자들은 고통의 시대를 맞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슬픔과 비탄에 잠겨 있는 이 때, 목회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와 소망을 전달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사)교회갱신협의회(대표회장:이건영 목사, 인천제2교회)가 지난 22일 오후 3시 서현교회(김경원 목사)에서 ‘고통의 시대 목회자, 무엇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를 주제로 ‘목회자갱신(새로움)위원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의헌 원장(연세로뎀정신과의원)이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재난과 고통, 사별의 슬픔을 진단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으며, 이관직 교수(총신대, 목회상담학)가 목회상담적 관점에서 설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규왕 목사(수원제일교회)가 강단설교의 관점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는지 조언했다.
# 충분한 공감과 적절한 자기 개방
이관직 교수는 “세월호 사건은 타락한 세상의 국면을 충격적으로 자각하게 하는 증상이었다”며 “설교자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해주는 상징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해석학적 눈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설교자들은 다양한 위기와 재난들을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과 여러 시스템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문제로 보는 것과 같은 전인격적이며 총체적인 관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위기의 궁극적인 이유는 성경도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다 알 수는 없지만 설교자들은 위험한 것(위기와 기회)에 대해 청중이 이해하는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설교자들은 적절하게 자신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설교자들은 불안과 두려움, 안타까움, 혼란, 분노 등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고, 자신이 경험했던 위기의 과정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또한 하나님을 옹호하거나 방어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스스로 감당해내시기 때문이다.
또한 “설교자들은 알아듣게 설명하려고 하면 자칫 성경의 가르침을 벗어날 수 있다”며 “하나님의 속성과 사역에 초점을 맞추고, 하나님의 선하심과 주권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 설교의 방법보다는 본질에 충실해야
이규왕 목사는 보다 실제적인 관점에서 설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목사는 “고통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의 문제는 설교자들이 정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만 이 문제는 설교의 방법론이 아니라 설교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탁월한 설교자 사도 바울도 고린도교회를 목회하면서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다(“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노라”, 고전 2:3). 이 목사는 “사도 바울이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던 이유는 외부적인 박해가 아니라 자신에게는 회중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만회하려고 인간의 지혜로 설득하려고 할까봐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다는 것”이라며 “오늘날 설교자들이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는 바로 바울과 같은 것”이라고 피력했다.
왜냐하면 설교는 인간의 이성과 지혜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임재하셔서 회중들에게 메시지에 대한 이해와 확신과 감동을 주실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 하나님의 마음을 가져라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고통의 시대에서 슬픔과 고난을 겪는 이들에게 설교자들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이 목사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가장 가슴 아픈 사람들은 피해자 가족들이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가슴 아파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은 바로 하나님이시다”라며 “인간의 탐욕과 부주의와 무책임이 어린 학생들과 다수의 사람들을 한꺼번에 죽음으로 내몰았을 때, 독생자 예수를 세상에 보내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하실 정도로 사람을 사랑하신 하나님께서 그 누구보다 가장 가슴이 아프셨을 것이다. 설교자는 이를 깨닫고 그 하나님의 심정으로 말씀을 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고통 속에 있는 가족들을 향한 하나님의 아픈 마음도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설교자는 인간의 마음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아픈 마음도 있는 그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예수님과 하나님은 누구보다 우리의 마음을 잘 아시는 분이시다. 우리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시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 위로하고 희망과 비전을 선포하라
설교자들이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세월호 사건을 설교할 때 가장 가능성 있는 접근은 바로 죄와 벌의 인과론적인 설명이다. 어떤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의 죄와 연결시켜서 죄의 문제를 지적하려는 시도는 설교자가 가장 쉽게 받을 수 있는 유혹이다.
이 목사는 “물론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와 사건과 부정적인 일들은 다 죄의 결과다. 하지만 우리는 사건마다 그 연계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모든 고통을 죄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인과론적 결론으로 누군가의 죄를 지적하고 질타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하나님은 죄로 말미암아 심판을 겪은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그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목사는 “설교자들은 고통 중에 있는 자들을 위로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야 하며, 또한 함께 아파하고 있는 성도들을 위로해야 한다. 그것이 설교자의 가장 우선적인 사역”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나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이야기보다는 차라리 정반대로 미담의 주인공들을 설교를 통해 들려주는 것도 좋다. 사람들이 분노의 감정보다 마음 속에 희망의 에너지를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허탈감에 빠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희망의 메시지”라며 “물론 교회도 정부나 세상을 향해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고, 비난하고 정죄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일은 구태여 교회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것은 제도권 속에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벌을 받게 될 것이고, 잘못된 시스템은 점차 고쳐 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깊은 불신감과 상처받은 사회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무엇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 그것은 교회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미래의 희망을 설교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목사는 “우리를 창조하시고 구원하시고 우리 민족과 국가를 지금까지 섭리하신 하나님은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이실 뿐 아니라 협력해 선을 이루게 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설교자는 설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어린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국가의 안전과 재난 대응 체계를 개선시켜 나가길 원하실 것”이라며 “나아가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사회가 달라지길 원하실 것이다. 그렇다면 세월호로 인한 어린 학생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민족구원의 밀알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바로 이 일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일하실 것이며, 설교자들은 이러한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에 대해 설교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또 하나의 교훈은 바로 각 사람이 무엇을 하든지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착하고 충성된 종처럼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하는 충성된 사람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기독교는 희망의 종교다. 지금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했던 죄악의 족쇄를 끊어 버리고, 하나님 앞에서 정직과 성실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자고 전 국민 동원령을 내리는 설교를 할 때”라며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온 국민이 단합해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고, 그것이 신앙의 힘이었다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기회가 되게 해야 한다. 설교자들은 이 희망과 비전을 설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늘의 교회와 설교자는 깊은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는 회중들에게 여호수아처럼 주의 이름으로 다시 얼어서자는 설교를 해야 한다”며 “그러나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모든 설교들이 사도 바울의 염려와 근심처럼 설득력 있는 인간의 지혜가 아니라 오직 성령의 능력과 성령의 위로, 오직 성령의 감동으로만 가능하다는 겸손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이 믿음을 갖고 세월호 참사와 그로 인한 아픔들을 이기고 다시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을 설교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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