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회를 떠난 이유? ‘제도화’ 등에 대한 불만과 저항

 

종교세속화의 한 측면으로서 ‘소속 없는 신앙인들’에 대한 연구/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

 

 

“교회에서 떠나 이른바 ‘소속 없는 성도’(=가나안 성도)라 할지라도 ‘명목적인 기독교인’으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현재 소속 없는 신앙인들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들의 기본적인 특징과 교회를 떠난 이유와 과정, 교회와 기독교 신앙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에 대해 연구, 발표한 정재영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은 과거 교회 출석 시 교회 활동에 적극성을 갖고 있었고, 구원의 확신도 분명했다는 점에서 신앙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 개인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를 떠났지만 목회자와 교인의 문제, 교회 관련 문제로 떠난 경우도 비슷하게 나왔다”며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기존 교회에 대한 불만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경향이 매우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교회를 떠난 성도들이 이른바 ‘교회의 제도화’에 대한 반발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교회 공동체의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교회를 떠난 이들이 교회라는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탈제도화의 경향이나 무교회주의를 주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 또는 관료제화 되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 교회를 떠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최근에는 이들 중의 일부가 모여서 만든 신앙모임이 늘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가나안 성도들은 왜 교회를 떠났으며,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정재영 교수의 연구내용은 아래 발표내용 정리를 참고하면 된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나안 성도’라고 일컬어지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기독교인이 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 이들의 실체와 특성을 파악해 목회의 자료로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 이번 연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결과이며, 2013년 2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에 거쳐 온라인 조사로 진행됐다. 온라인 조사로 진행한 이유는 가나안 성도들의 전체 규모와 모집단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면접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응답자 특성을 보면, 전체 316명이 조사에 응하였고 이들 중에 남성은 159명(50.4%), 여성은 157명(49.6%)이었다. 연령은 20대가 19.4%, 30대가 23.2%, 40대가 25.2%, 50대가 19.1%, 60대 이상이 13.1%로 온라인 조사였음에도 젊은 층에 편중되지 않고 비교적 고르게 표집되었다. 교회출석 시 서리집사였던 사람이 15.1%, 안수집사 이상의 직분을 받은 사람이 11.6%로 전체 응답자의 26.7%를 차지하였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을 제외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자 중에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기독교인은 26%로 파악되었다.

 

 

# 발표내용 중에서

 

1. (교회출석 기간) 교회 출석 기간을 보면 ‘10~14년’이 21.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5~9’년이 비슷하게 21.3%로 많았다. ‘25년 이상’이란 응답도 20.3%를 차지해 비교적 교회에 출석한 기간들이 긴 편이었고, 평균은 14.2년으로 나와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평균 10년 이상 교회를 다닌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년 미만 9.0%, △15~19년 12.5%).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교회 다닌 기간이 2.4년 길었고, 나이가 많을수록 교회 다닌 기간이 길었다.

 

2. (교회활동 참여) ‘어느 정도 참여했다’는 응답이 53.4%로 가장 많았고,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응답도 36.9%로 높게 나와 긍정률이 90.3%를 나타냈다(△별로 6.4%, 최소한 3.3%). 나이로는 40대 이전, 학력이 높을수록 교회활동 참여에 적극적이었다.

 

3. (교회이탈 전 구원의 확신)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구원의 확신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48.1%가 ‘분명히 있었다’고 응답했다(뚜렷하지 않다 48.3%, 없었다 3.5%). 추가로 질문한 구원의 확신을 가진 시기에 대해서는 대학생 시절인 20대라는 응답이 20.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중학교 때 18.6%, 고등학교 때 16.7%, 30대 15.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4. (교회이탈 경험) 교회이탈 시점에 대해 30대라는 응답이 25.0%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20대가 23.4%, 고등학교 이전이 20.0%, 40대가 16.4%, 50대 이후가 15.3% 순이었다. 남성은 30대(27.8%), 여성은 고등학교 이전(24.4%)이 가장 많은 차이가 있었다. 안수집사 이상이었던 사람들은 50대 이후(64.4%), 서리집사였던 사람들은 40대(58.7%)에 떠난 사람들이 과반수였다.

 

 

5. (교회이탈 경과시간) 교회를 떠난 이후 경과 시간에 대해서는 5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27.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5~10년 미만이 25.3%, 10~15년 미만이 22.0%, 15~20년 미만이 18.5%, 20년 이상이 6.9% 순이었다(평균은 9.3년). 직분이 있었던 사람들은 교회를 떠난 기간이 짧은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신앙을 잃지 않고 교회로 돌아올 수 있는 방안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6. (교회를 떠난 이유)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해서’가 30.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목회자에 대한 불만’이 24.3%, ‘교인들에 대한 불만’이 19.1%, ‘신앙에 대한 회의’가 13.7%로 나왔으며, ‘시간이 없어서’라는 단순 이유는 6.8%에 불과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해서’(35.3%), 여성은 ‘교인들에 대한 불만’(25.4%)이 가장 많았다. 특히 교회출석 당시 직분이 있었던 사람들은 목회자에 대한 불만으로, 무직분자들은 자유로운 신앙을 원해서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교회이탈 전 출석 교회 상태에 대한 복수응답 질문에서 ‘교회에 문제가 없었다’는 답을 제외하면 ‘교인들의 삶이 매우 신앙인답지 못했다’와 ‘교회에서 지나치게 헌금을 강조했다’가 각각 30.6%, 30.0%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담임목사가 매우 독단적이었다’가 26.5%, 교회당 건축 문제도 16.2%로 나왔다.

 

 

7. (교회이탈 전 고민기간) 6개월 이상이 32.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29.5%, 2-3개월이 17.5% 등의 순으로 나와 상당한 기간 동안 고민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분으로는 서리집사와 안수집사 이상에서 6개월 이상 고민했다는 응답이 평균보다 높게 나왔고, 직분이 없는 응답자들에게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평균보다 많이 나왔다.

 

그리고 구원의 확신이 있었다고 응답한 사람들에게서는 6개월 이상 고민했다는 응답이 평균보다 높게 나왔고, 없었다고 응답자들에게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이와 관련하여, 교회 이탈 전 상담 대상에 대해 ‘없었다’는 응답이 46.5%로 가장 많이 나왔고, 다음으로 가족이 31.9%, 교우 25.8%, 교회 밖 지인 18.8%였으며 부교역자나 담임목회자라는 응답은 7.1%로 가장 적었다.

 

8. (교회이탈 전 교회 옮긴 경험) 교회를 떠나기 전에 교회를 옮긴 경험에 대해서는 ‘옮긴 적이 없다’는 응답이 45.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한번 옮겼다’가 25.0%, ‘두세 번 옮겼다’가 23.2%, ‘여러 교회를 옮겨 다녔다’는 6.1%에 불과하였다. 전체 응답자의 70.7%가 한번 옮겼거나 옮긴 적인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 결과로 볼 때, 교회를 자주 옮겨 다니던 이른바 ‘교회 쇼핑족’들이 교회를 떠난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한 두 교회에 정착해서 다니전 사람들이 교회를 떠난 것임을 알 수 있다.

 

9. (가나안 성도의 현재 구원 문제)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믿는 응답자가 31.0%,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는 응답이 36.2%, ‘구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2.9%로 나왔다. 구원의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연령에 따라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였고 대학원졸 이상의 학력자들에게서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믿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안수집사 이상에서는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믿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서리집사에서는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편, 교회를 떠나기 전에 구원의 확신이 있었던 응답자들의 절반 가까이(45.7%)가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나 절반 이상은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거나 구원의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하여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믿는다’고 응답한 98명에 대해서 현재 구원의 확신 여부에 대해 질문한 결과 ‘현재도 구원의 확신이 있다’는 응답이 82.1%(전체응답자의 25.3%에 해당), ‘아니다’라는 응답이 17.9%였다. 이 항목에서 직분에 따라 비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리고 교회를 떠나기 전에 구원의 확신이 있었던 사람들 중에 90.5%가 지금도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응답했고, 뚜렷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도 61.3%는 현재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응답했다.

 

10. (현재 교회 출석에 대한 생각) ‘가능한대로 빨리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응답이 13.8%,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응답이 53.3%로 세 명에 한 명 꼴로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전혀 나가고 싶지 않고 게의치 않는다는 응답은 21.0%였다. 이와 관련, 교회에 다시 나갈 경우 희망하는 교회에 대해, ‘올바른 목회자가 있는 교회’가 16.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공동체성이 강조되는 교회’(15.6%), ‘건강한 교회’(11.1%), ‘부담을 주지 않는 교회’(9.4%), ‘편안한 교회’(8.8%), ‘장로교회’(8.4%), ‘신앙을 중시하는 교회’(6.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11. (교회 외 신앙모임 참석 여부) ‘그렇다’는 응답이 8.2%로 많지 않았다. 참석하는 모임에 대해서는 ‘격식 없는 신앙모임’(40.5%), 선교단체(36.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그 밖에 목회자가 인도하는 신앙모임, 직장신우회, 일요일에 모이는 신앙모임 등이 있었다.

 

 

12. (교회 제도화) ‘교회 안의 다양한 견해의 존중’에 대한 동의율이 87.2%(평균 4.38)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교회 안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율이 86.8%(평균 4.32)로 비슷하게 높았다. 그리고 ‘설교에 대한 다른 견해와 목회자에 대한 무조건 순종’은 부적절함에 대해서도 각각 79.9%(평균 4.04)와 77.6%(평균 4.09)로 낮지 않은 동의율을 나타내 교회 제도화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신앙의 독자성을 보다 분명하게 나타내는 ‘신앙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라는 진술과 ‘성경에 대한 자신의 관점 보유’와 같은 진술에 대해서는 각각 동의율 71.1%(평균 3.89)와 70.9%(평균 3.81)로 상대적으로 낮은 동의 정도를 나타냈다.

 

13. 이번 연구결과로 볼 때, 우리 사회에서 교회를 떠난 이들이 교회라는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탈제도화의 경향이나 무교회주의를 주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 또는 관료제화 되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 교회를 떠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교회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고 시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교회 조직은 보다 탄력 있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고, 교회 구성원은 보다 주체성을 가지고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 지도자는 교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여 의사 결정을 하고 교회가 현대 사회에서 적실성을 갖는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 위 내용은 한국실천신학회가 지난 2014년 2월 7일부터 8일까지 부평 카리스호텔에서 ‘다문화 문제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발표한 ‘제51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 중에서 일부 발췌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단체에 문의하면 된다.

 

정재영, “종교세속화의 한 측면으로서 ‘소속 없는 신앙인들’에 대한 연구”, 한국실천신학회-제51회 정기학술대회, 2014년 2월 7일, 인천:부평 카리스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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