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성경적 영성의 왜곡과 변질에서 벗어나야

 

목회실천의 본질과 목표 및 방법으로서의 영성 / 김순성 교수(고신대학원, 실천신학)

 

영성의 왜곡과 변질이 윤리와 목회실천 위기로 이어져
물량주의, 성장주의, 대교회주의가 영성왜곡의 전형적인 현상
성경적 영성보다는 개인주의 영성 패러다임에 갇혀 있어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체 영성으로 ‘실천의 영성’ 회복해야

 

“오늘의 한국 교회와 목회현장은 경제적 풍요와 포스트모던 상황으로 인해 영성의 근본적 왜곡과 변질을 경험하고 있다.”

김순성 교수는 “영성의 왜곡과 변질은 필욘적으로 윤리와 실천의 위기로 이어진다. 여기에 목회실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따라서 오늘의 상황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성경적 영성의 이해와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해답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체 영성에 대한 이해와 회복이며, 이에 기초한 목회실천의 회복”이라며 “성경적 의미의 목회실천이란 하나님의 임재와 구원체험으로서의 영서의 발현이다. 따라서 영성을 떠나서 어떤 목회실천이나 사역을 논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 발표내용 중에서

1. 한국 교회 위기를 달리 표현하면 목회현장의 위기요, 목회현장의 위기는 곧 목회자의 목회사역의 위기로 귀결된다.

 

2. 1990년대에 이르러 영성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면서 목회현장에 당면한 위기를 영성의 입장에서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영성은 궁극적 의미와 능력, 그리고 존재와 행위의 통합적 차원을 다루는 분야다. 하지만 목회와 연계해 영성을 다룬 논문의 대부분이 목회자 개인의 경건 또는 그것이 목회사역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등 영성이 지닌 궁극적 의미와 차원, 즉 신학적 차원이 배제되거나 결여돼 있다. 그 결과 실천현장에서는 온갖 세대주의 영성이 교회와 기독신자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3. 기독교 고유의 영성이 시대정신으로 왜곡, 변질돼 비성경적 혼합주의 영성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늘날 교회와 목회현장을 전횡하고 있는 것이다. 작금에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의 온갖 윤리적 타락상은 비성경적 거짓 영성의 뿌리에서 나온 거짓 열매에 다름 아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 근저에는 성경적 영성에 대한 왜곡된 관점이 자리하고 있다. 성경적 영성의 원형인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체성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근본적으로 결여된 채, 그 중심에 개인주의 영성 패러다임이 자리하고 있다.

 

 

4. 영성이란 삶의 총체적 차원 속에서 하나님 체험과 관련돼 있으므로 영성에 대한 연구가 인간 삶의 현실상황에 대한 훨씬 더 폭넓은 관점과 접근이 요구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관점에서 대부분 교회와 목회현장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천신학의 관심과 범위가 교회내적 관심에 머물러 있다.

 

5. 실천신학적으로 영성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와 구원활동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반응’으로 우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의 이해와 반응이란 경험적 차원, 지성적 차원, 합리적 차원, 책임적 차원 등과 같이 의식으로서 인간의 영의 네 가지 기능을 축약한 것이며, 신앙이 전제된 것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와 구원의 프락시스에 대한 인간의 영이 주체적 이해와 반응으로서 나타나는 실천적 삶의 양식이 영성인 것이다.

 

6. 의식으로서의 인간의 영의 총체적 인식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영성 속에는 의미, 자각, 실천이라는 세 차원이 포함돼 있다. 첫째, 의미의 차원은 인식의 내용으로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와 구원의 프락시스와 관련된다. 이것은 영성의 진정성과 직결된 규범적, 신학적 차원으로서 참된 영성은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경험적, 주관적 인식이 반드시 성경에 계시된 삼위일체 하나님의 인격성과 그 분이 이루신 객관적 구원의 사실에 기초해야 함을 뜻한다.

 

 

7. 둘째, 자각의 차원은 인식 과정으로서 앞에서 말한 ‘의식으로서의 인간의 영’의 네 가지 기능과 이 속에서 성령 하나님의 역할과 관련된다. 소위 영성계발이 다루는 내용이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 실천의 차원은 인식의 결과, 행동 또는 실천의 형태로 나타나는 삶의 양식이다. 성경에 의하면 이러한 삶은 개인적, 관계적, 그리고 사회적 차원 및 나아가 자연과 생태계를 아우르는 삶의 총체성으로 표현된다. 영성의 진정성은 윤리적 규범성을 지닌 실천의 여부에 의해 그 진위가 결정된다.

 

8. 그렇다면 오늘날 실천현장에서 나타나는 영성의 변질과 왜곡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영성의 두 번째 ‘자각의 차원’에서 일어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과 인간의 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반응 간에 생겨나는 내재적인 역동성이 단지 교회 내에서 신앙적 요소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적 존재로서 세상 속에서 개인과 신앙 공동체가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들(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상황) 및 국제 질서 등과의 관계에서 야기되는 역동성과 함께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다시 말해 이런 상황들 속에서 역사하는 다양한 거짓 영적 권세들이 부여하는 절대적 의미와 능력이 인간의 의식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9. 이들은 인간에게 마치 신적 존재처럼 충성을 요구하며, 궁극적 의미와 가치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인간의 부패성과 결탁해 신 이해의 과정에서 신관의 변질과 왜곡을 초래하는 것이다. 오늘날 목회현장을 지배하는 물량주의, 성장주의, 대교회주의 등은 물신숭배로 인한 영성의 변질과 왜곡의 전형적인 현상으로서 땅의 것, 눈에 보이는 것이 궁극적 가치로, 기도와 예배, 복음전도 등 초월적이고 거룩하고 영원한 것이 도구적 가치로 전도된 대표적 실례라 할 수 있다.

 

10. 경험적, 주관적 성격을 지닌 영성이 변질과 왜곡의 위험성에 벗어나 성경적 진정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해석학적, 차원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데, 인간의 주관적 경험을 뛰어넘는 계시에 기초한 하나님 자신의 구원의 프락시스로서 불변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와 구원활동이다.

 

11. 하나님의 구원의 프락시스에 대한 이해와 반응으로서의 영성이란 곧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체험을 뜻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존재와 삶의 양식으로 나타난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새 생명으로 표현되는 이 새 차원의 삶의 양식은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삼위일체 하나님의 인격성과 존재양식을 가리킨다.

 

12. 삼위일체 하나님의 생명의 신비가 신자의 삶 속에 실제로 체험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는 무엇인가? 칼빈에 의하면 그 비밀은 ‘그리스도와의 신비적 연합’이다. 이 연합의 교리는 그리스도인의 영성과 윤리의 객관적 근거가 된다. 존재론적으로 하나님과 하나될 수 없는 인간이 이 신비한 연합을 통해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며 하나님과의 깊고도 본질적인 교제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13. 그 결과 그리스도 안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생명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기초하지 않은 어떤 영성도 비기독교적이며, 이 경우 영성계발은 필연적으로 도덕주의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 연합의 교리를 근거로 영성을 재정의한다면 영성이란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연합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양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14. 영이신 하나님의 본질적 속성인 이 거룩이 교회의 모든 실천의 성격과 특징을 결정하며, 삶의 양식으로서 목회실천이 여기에 포함됨은 물론이다. 목회현장에서의 모든 실천과 사역이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기초한 영성의 발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거룩을 특징으로 하지 않는 목회실천인 비기독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15. 목회란 본질적으로 하나님 자신의 사역이다. 교회와 세상을 위해, 성령을 통해, 성부 하나님을 향한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목회로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프락시스다. 오늘날의 목회가 그리스도의 목회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목회사역이란 복음에 대한 응답으로 우리 인간이 수행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시켜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다. 결국 성경적 의미의 목회실천이란 곧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기초한 영성의 열매인 것이다. 성경적 영성을 떠난 어떤 목회실천도 하나님 자신의 프락시스와 무관한 사람의 일에 불과하다.

 

16. 목회사역은 하나님의 목회의 중개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씀 속에서 자기 백성을 찾아오시는 하나님과 그의 프락시스를 중개하는 것이다. 이 안에서 목사직의 실천이 설교, 교육, 상담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목회현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중심의 인위적인 기교와 프로그램, 방법론 중심의 목회방식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17. (삼위일체적 공동체 영성에 기초한 목회실천 과제) 첫째, 복음으로서의 목회사역을 이해해야 한다. 목회사역은 인간이 해야 하는 그 무엇이 아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해 하는 것이라면 사역은 그 자체가 복음이며, 의무나 짐이 아니라 선물로서 그리스도의 쉽고 가벼운 멍에를 지는 제자도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18.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이 스스로 목회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그 결과 목회가 주는 과중한 중압감으로 과로, 탈진 등에 시달린다. 목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부족 때문이다. 목회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목회에 내가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회자에게 목회실천은 그것을 통해 하나님이 약속한 자유와 인식과 기쁨을 맛보고 누리는 삶의 양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목회실천이 목회자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더 깊이 경험하게 하는 은혜와 성화의 방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19. 복음으로서의 목회사역 이해는 종교 비즈니스, 또는 고객 서비스로 변질, 타락되어가고 있는 오늘의 실용주의적, 인본주의 사역의 패턴에서 떠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복음에 대한 감사, 즉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에 대한 응답으로서 목회실천은 세속적 성공주의를 거부하고,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지향하도록 우리를 촉구한다.

 

20. 둘째, 시대적 상황에 대면하는 영성을 실천해야 한다. 오늘의 목회현장은 물신숭배로 인한 신관(神觀)의 변질과 포스트모던 상황으로 인해 말씀과 복음의 권위가 붕괴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목회자와 교인들이 사회 속에서 또 하나의 권력집단이 되어 세속권세의 중심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 문화적 영성을 추구해야 한다. 문화에 대한 무비판적 또는 맹목적 순응이 아닌 ‘비판적 거리’가 필요하다. 애통의 영성도 필요하다. 애통은 성경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죄로 인해 하나님을 떠났을 때, 그리고 하나님이 절실히 필요할 때 보이는 신앙적 자각의 표시로서 이것을 통해 새로움에 이르게 된다. 예언자적 나그네의 영성도 필요하다. 오늘의 상황에서 한국 교회는 나그네(벧전 2:11)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인식하고, 하나님 나라를 향한 예언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21. 셋째,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서의 기도의 회복과 실천이 필요하다. 성취 지향적 시대문화 속에서 기도는 자아성취 또는 외향적 성취를 위한 도구적 가치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므로 참된 기도의 자리를 회복해야 한다. 기도가 개별적으로 행하는 것이지만 성경적 기도는 반드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교회란 삼위일체 하나님 공동체 영성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도의 내용과 방향이 개인과 개교회에 머물지 않고, 이 땅에 도래할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지향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바로 알고 깨닫기 위한 선지자적 기도, 거룩한 삶을 위한 영적인 전투로서의 왕적인 기도, 교회와 세상 권세를 위한 도고로서의 제사장적 기도가 필요하다.

 

22. 넷째, 삼위일체적 삶의 양식으로서의 코이노니아와 디아코니아 회복이다. 교회 안에서의 삼위일체적 코이노니아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 ‘너와 나’의 관계성 속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과 생명의 나눔과 사귐이지속적으로 훈련되고 경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그룹 목회구조가 필수적이다. 공동체로 존재하는 그리스도로서의 교회 개념은 세상을 위한 존재, 또는 타자를 위한 존재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이는 곧 교회내적 생명이 세상과 타자를 향해 흘러가도록 세상을 위한 삼위일체적 디아코니아의 삶을 훈련하고 실천해야 함을 뜻한다. 교회가 점점 사유화되어가는 오늘의 목회현장에 디아코니아 실천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체 영성을 세상에 반영하는 것이다.

* 위 내용은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가 지난 2011년 11월 12일 분당 지구촌교회에서 ‘목회와 영성’을 주제로 개최한 ‘제22회 정기논문발표회’에서 발표된 내용에서 일부 발췌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단체에 문의하면 된다.

 

김순성, “목회실천의 본질과 목표 및 방법으로서의 영성:삼위일체적 공동체 영성을 중심으로”,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제22회 정기논문발표회, 2011년 11월 12일, 경기:지구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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