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교연구(53) *
"창세기는 하나님의 천지창조부터 인류의 시작과 죄와 죽음, 순종과 불순종, 배신과 화해, 위기와 기회 등 삶의 현장에서 경험하거나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만큼 내러티브의 관점에서 스토리텔링으로 읽는다면 성경 본문의 가치와 이해의 지평을 훨씬 더 넓힐 수 있다."
"창세기는 구약학의 보화이자 설교의 총화이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학문적인 논의가 제기되어 왔고, 수많은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내러티브 설교에도 최적화한 책이다. 현대 사회에 적용할만한 각종 이슈와 주제와도 어울릴만한 내용이 가득 들어있다."
한국구약학회(회장:김회권 박사/숭실대 교수)가 지난 12월 10일(금) 오후 3시 '제118차 학술대회(송년)를 온라인(ZOOM)으로 개최했다.
이날 김도형 박사(서울기독대 교수)가 '창세기와 내러티브'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창세기는 문화적인 장치를 통해 현대적인 시각으로도 충분히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라며 효과적으로 성경 메시지를 전달하고 독자의 공감을 자극시켜 성경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내러티브의 관점에서 스토리텔링 방식의 성경읽기와 해석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구약성경은 메타내러티브다"
김 박사는 "급변하는 사회적 정세와 2년째 코로나(COVID19) 팬데믹을 겪고 있는 기독교인이 성서를 읽으면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역사성에 따른 이성적 자각과 계시성을 기반으로 한 신앙적 요소를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성경 속 주요 사건이나 배열에 해당되는 플롯(plot) 중심의 이야기 요소가 구성되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며 "창세기는 정경적인 관점에서 최종적인 텍스트나 문학적인 구성체로 이루어진 통합적인 작품으로 읽어야 한다. 창세기는 구약성서에서 서두를 차지함과 동시에 주전 587년 남 유다 왕국이 멸망하고 바벨론 포로에 이르는 장구한 사건들 가운데 이스라엘 민족의 초기 역사적인 이야기를 다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창세기로부터 열왕기에 이르기까지 구약성경은 거대한 내러티브에 관한 내러티브, 즉 메타내러티브(meta-narrative)이며 이야기와 역사가 혼재되어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라며 "성서 내러티브는 이야기를 읽고(story-reading), 이야기를 말하며(story-telling), 이야기를 연구하는 것(story-doing)이 그 초점이 된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은 추상적인 내용이 아닌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전달 역할을 하고, 독자의 공감을 자극하며,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한다"라고 강조했다.
창세기는 한 권의 책으로
끝나지 않는다
열왕기서까지 연결돼 있다
텍스트 안에서 의사소통의 체계를 갖고 있는 내러티브 순서에 의해 창세기는 열왕기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 김 박사는 "창세기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가지 개념에서 중요한 위치와 의미를 차지한다. 창세기는 야곱이 가족을 이끌고 애굽에 내려가서 다시 가나안 땅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남 유다 왕국 말기 다시 그 땅을 떠나야만 하는 긴 역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창세기와 열왕기는 동시에 바라보아야 하며, 그 안에 속한 나머지 책들도 유기적인 연결성을 보여주는 문학적 총체임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박사는 발단부터 결말까지의 창세기 족장 내러티브의 재구성 및 재범주화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으며, 네 개의 네러티브 또한 다양한 에피스드로 구성해 설명하면서 스토리텔링으로 읽어갈 것을 당부했다.
(1) 발단: 창조부터 바벨탑 내러티브까지(창 1:1-11:9)
(2) 전개: 셈과 데라의 족보 및 아브라함 가족 내러티브(창 11:10-25:18)
(3) 절정: 이삭 가족 내러티브(창 25:19-37:1)
(4) 결말: 야곱 가족 내러티브(창 37:2-50:26)
즉, '창조부터 바벨탑 내러티브'는 아래 5가지의 단계를 중심으로 창조, 죽음, 죄악, 죽음, 재창조 등 유기적인 연결고리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
(1) 발단 – 만물의 기원(1:1-31)과 부부(가정)의 기원(2:1-2:25): 창조
(2) 전개 – 죄의 기원과 추방(3:1-24), (형제) 살인의 기원과 가인의 자손(4:1-:24): 죽음
(3) 위기 – 아담 계보의 기원(4:25-5:32), 사람의 죄악이 가득함(6:1-8), 노아 족보의 기원(6:9-22): 족보와 죄악
(4) 절정 – 홍수의 기원(7:1-19), 하나님과 노아 사이에 언약의 기원(8:20-9:17): 죽음
(5) 결말 – 노아의 세 아들 족보의 기원(9:18-10:32), 언어 분화의 기원(11:1-9): 재창조
익숙함과 낯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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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만 집착하지 말고
광범위한 시각으로 접근하라
김 박사는 창세기를 읽거나 해석할 때, 그리고 그 본문을 가지고 설교할 때, 본문에만 집중하는 '익숙함'도 필요하지만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창세기 본문을 열왕기서까지 확장시키는 '낯섦'과 같은 광범위한 지평을 가지고 각각의 내러티브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창조부터 바벨탑 내러티브는 족장 내러티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작업에 해당되며, 창조부터 바벨탑 내러티브는 결국 앞으로 나오게 될 이스라엘 역사 전반에 걸쳐서 발생하게 될 사건의 예시적 모습을 암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창세기 11장의 데라 족보의 내용은 선교적 측면에서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해당 본문은 데라의 이야기인지, 아브라함의 이야기인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라며 "데라에 초점을 둘 때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나 과업을 완성하지 못하고 도중에 실패한 인물로 묘사될 수 있지만, 아브람의 경우에는 이스라엘 백성의 대표적인 조상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후대의 족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마태 1:1; 히 11:8)"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라 족보의 시작을 알리면서 그의 죽음을 보도하고 있는 본문은 선교적인 각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며 "데라의 경우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했던 목표를 상실한 채 하란에 머물렀던 그의 삶은 이미 소명을 받았지만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도중에 목표와 방향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바통을 이어받아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고향과 하란을 떠났던 아들 아브람은 목적지에 도달하여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었다"라며 "결과적으로 누가 소명을 받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그 일을 완성했느냐가 최종 본문의 형태를 읽고 있는 독자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따라서 데라 족보가 현재의 위치에 있는 것은 결코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문학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선교적 기능까지 제시하고 있다. 믿음의 조상 아브람의 아버지 데라, 그의 이름을 반면교사로 삼도록 기억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김 박사는 이삭 가족 내러티브, 야곱 가족 내러티브 등을 설명하면서도 창세기를 거시적 관점에서 읽고 해석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창세기를 넘어서 이스라엘(또는 야곱)은 가나안 땅에서 북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며, 요셉의 두 아들(므낫세와 에브라임)과 더불어 11명에 해당하는 그의 아들들은 12지파를 대표한다"라며 "무엇보다도 유다는 나중에 자신의 이름을 차지하게 되는 가나안 남쪽 땅에서 지파 및 나라의 조상이 된다. 이것이 바로 창세기 38장과 49장이 창세기 37-50장 이야기에서 강조되어야 할 이유이다"라고 설명했다.
창세기는
메타버스 시대를 향해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김 박사는 "창세기는 구약학의 보화이자 설교의 총화이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학문적인 논의가 제기되어 왔고, 수많은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내러티브 설교에도 최적화한 책이다. 현대 사회에 적용할만한 각종 이슈와 주제와도 어울릴만한 내용이 가득 들어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창세기의 보편적이고 익숙해 보이는 내용과 여전히 어딘가 낯설게 다가오는 부분 등 괴리감 사이에서 독자는 적지 않게 방황하기 마련이다"라며 "목회자와 학자는 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해석의 지평과 가능성을 찾고 적용 가능한 방법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 박사는 "성서 본문 중심의 내러티브 방법론은 텍스트 안에서 텍스트와 더불어 치열하게 싸운다. 그러면서도 텍스트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세상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라며 "창세기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독자에게 무한한 메타버스의 시대를 열었으며 지금도 열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창세기는 어떤 시대 어떤 민족에게도 보편적으로 어울릴만한, 그러면서도 선택받은 백성들의 특정한 이야기와 같이 양단의 궤적을 쉽게 넘나들고 있는 책이다.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듯이 창세기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 따라서 구약학자들은 창세기를 포함한 성서 본문 탐구를 통해 교회와 사회에 다양한 시각을 제시할 의무가 있으며, 목회자는 교회와 사회 현장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이슈들을 성서 본문에 입각하며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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