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연구(37) *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규정하는 자신들의 '전통주의' 신앙은 '전통적인 정통주의와 분명하게 다르다. / "근본주의가 맹위를 떨친다는 것은 그 종교가 병들었다는 증거다. 특히 한국 교회 내 기독교 근본주의의 극단적인 배타성은 다양한 종교 병리적 문제를 양성하고 있다. 배타성이 표출하는 폭력성은 결국 이성과 도덕성이 마비된 '종교적 광신주의' 위험에 기인한다." (박성철 박사)
종교 병리학적 증상
시민사회 신뢰 상실
한국 교회 내 기독교 근본주의 문제를 종교사회학적으로 비판한 글이 발표됐다. 경희대 객원교수인 박성철 박사의 '기독교 근본주의의 배타성에 대한 종교사회학적 비판'이라는 연구논문이다.
박성철 박사에 따르면 한국 교회는 공적 영역의 '영향력' 측면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 교회가 보이고 있는 다양한 종교 병리학적 증상들로 인해 공적 영역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현재 한국 교회는 시민사회 영역에서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박 박사는 "한국 교회의 주류로 자리 잡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신앙체계를 '정통주의'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 근본주의와 '전통적인 전통주의'와는 분명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독교 근본주의는 극우 정치집단과 쉽게 결탁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종교적 근본주의(원리주의)가 군사력을 가진 세력과 결탁할 경우 전쟁이나 테러리즘과 같은 극단적인 폭력성을 표출하기도 한다. 한국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경우 1970년, 1980년대 외적으로 종교와 사회의 엄격한 분리를 외쳤지만 실질적으로 군사독재와 결탁해서 지원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배타적 종교
극단적인 폭력성
박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한국 교회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배타성'의 문제를 종교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전근대적 종교전통에 대한 집착, 권위에 대한 왜곡된 인식, 진영논리와 분리주의적 강박관념으로 인한 배타성, 비판자(반대자)에 대한 폭력적인 공격성, 신성화된 자본주의 등 기독교 근본주의에서 표출되는 '극단적인 배타성'의 문제를 주로 다뤘다.
물론, 이 연구는 한국 교회 내 근본주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지 않는다. 또한 근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도 않는다. 한국 사회 내에서 기독교 근본주의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상황과 순기능적 측면보다는 주로 근본주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배타성과 폭력성 등의 폐단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근본주의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과 성찰, 더 나아가 대안 제시는 신학자와 목회자와 성도들의 몫으로 남는다.
하지만 박 박사는 "극단적인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 교회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 교회의 몰락을 피하고 싶다면 왜곡된 기독교 근본주의 가치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래에서 박성철 박사의 주된 주장을 정리해봤다.
"종교적 배타주의"
문자주의적 성서 이해를 추구하는 이들은 성경에 대한 자신들의 편협한 해석이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학적으로 이렇게 분명하게 선을 그어버린 사람들에게선 종교적 다양성에 의해 제기되는 복잡한 이슈들과 함께 고심하는 자세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성서에 대한 문자주의적 이해에 집착하는 '기독교 근본주의'는 계몽주의 이후의 근대화와 세속화를 거부하고 전근대적인 종교전통에 집착한다.
"권위는 독점할 수 없다"
권위주의는 기독교 근본주의의 주요한 특징이다. 권위주의는 권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다. 성서는 권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지만 성서가 말하는 권위는 단순히 '지배 서열'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를 조정하고 통제하기 위한 권위, 즉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기 위한 '기능의 권리'를 말하고 있다.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 종교적 권위는 특정 지도자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절대적이지도 않다. 성서는 교회 지도자가 '본'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을 섬기고 그들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은사를 활용하고 행사할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절대로 자기를 신뢰하는 사람들을 "주장하는 자세"로 조종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친다(벧전 5:3).
"비판자, 반대자는 적이다?"
전근대적 종교 전통에 대한 집착은 외적으로 비판자 혹은 반대자에 대한 폭력적 공격성을 강화한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전근대적 전통에 기반한 도덕주의를 맹신한다. 이는 자신들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타자를 악마화하기에 폭력적인 공격성을 표출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근본주의의 전통적 강박관념은 적대적 타자에 대한 폭력적인 공격성을 성서에 대한 문자주의적 해석을 통해 정당화하려는 욕망을 부추긴다.
근본주의의 배타성은 근본주의운동 초기 사회적 헤게모니로부터 멀리 있을 때는 사회-종교적 다양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분리주의적 강박관념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사회가 병들고 사회 병리적 현상이 심화되면 기독교 근본주의는 사회적 헤게모니를 획득하게 된다.
사회적 주류가 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차별과 억압의 기제를 통해 사회-종교적 다양성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때 근본주의는 비판자에 대한 공격성의 표출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한다. 더구나 우파적 정치세력과 결탁해 권력을 획득할 경우 물리적 폭력을 공권력의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독재 시절 한국 기독교의 경우 기독교 근본주의와 군사독재가 결탁한 상태에서 형성된 왜곡된 종교적 가치는 군사독재 세력에 대한 비판을 반기독교적인 것으로 왜곡했고, 기독교적 가치와 권위주의적 가치를 동시함으로써 민주적 다양성을 반기독교적으로 곡해했다.
이로 인해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이들에 대한 극단적인 적개감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했고, 군사독재 세력에 저항하는 이들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종교적 열심으로 포장했다.
"맹신"
"종교중독"
"자본주의 신성화"
종교중독자와 기독교 근본주의자 사이에는 '자본에 대한 맹신'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기독교 근본주의 내에서 신성화된 자본주의 문제가 심화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성화된 자본주의'는 근대적 경제체제로서 자본주의가 거의 종교적 가르침과 같이 신성한 것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종교적 가치체계로 인식하는 현상이다. 미국의 번영신학과 한국의 개발독재 이데올로기의 결합은 '한국적인 번영신학'을 만들어냈다.
"이성, 도덕성 마비"
"종교적 광신주의"
현재 한국 교회 내 기독교 근본주의의 극단적 배타성은 다양한 종교 병리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배타성이 표출하는 폭력성은 결국 '이성과 도덕성'이 마비된 '종교적 광신주의' 위험에 기인한다.
한국 교회는 이제 기독교 근본주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떻게 근본주의적 인식론과 위계적 구조를 해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 교회의 구조적 문제와 근본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힐링과 치유라는 명목으로 성도들의 개인적인 심리적 욕구에만 집중하면 안된다.
한국조직신학회는 지난 2020년 9월 12일 '진리와 폭력'을 주제로 '제15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위의 글은 당시 '기독교 근본주의의 배타성에 대한 종교사회학적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박성철 박사(경희대, 객원교수)의 연구논문을 일부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학회에 문의하거나 연구논문을 참고하면 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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