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지옥 방문 신드롬에 대한 비판 / 김성봉 목사(신반포중앙교회 담임)
“신앙생활에서 천국과 지옥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종교적 현상이나 체험에 앞서 성경 해석이나 이해와 관련해 긴 교회의 역사 속에서 고백으로 정리된 신조(신앙고백)나교리에 내용을 살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김성봉은 “어떤 신앙적 체험 때문에 교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호기심 속에서 성경이 말하는 것 이상을 말하고, 공적인 교리를 훼손시키면서, 결국에 신앙의 내용을 공교회가 고백하는 신앙정신과 분리하여 사적인 내용으로 만드는 것은 그것 자체로 미혹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발표내용 중에서
1. 최근 한국에서의 천국 지옥 방문 이야기는 분명히 퍼시 콜레의 「내가 본 천국」(1986)이 그 기원을 이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퍼시 콜레가 천국을 보았다는 내용을 단테의 신곡처럼 알리는 내용이다. 퍼시 콜레의 책을 홍의봉이란 사람이 번역해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였는데, 그는 미국에서 유행하였던 휴거 이야기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가져서 후에 ‘휴거’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 책의 내용은 퍼시 콜레가 천국에서 솔로몬, 다윗은 물론이요 JFK까지 보았다고 하는 것인데, 이후에 퍼시 콜레는 한국을 방문하여 독특한 외모와 설교로 상당한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2. 다음으로 언급할 인물은 한 때 1992년 재림설로 한국 교계와 사회를 시끄럽게 하였던 다미선교회의 L이다. 이원규의 논문에 따르면 L이 본격적으로 휴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6년 퍼시 콜레 목사의 저서 「내가 본 천국」을 읽은 후부터라고 한다. 최근 유수한 보수신학교의 교수였던 S 목사가 「내가 본 천국과 지옥」(2009)이란 책을 펴냄으로 이런 유의 이야기가 더욱 기세를 부리게 된듯하며 이 시기를 전후하여 마치 막아놓았던 봇물이 터지듯이 이런 이야기에 대한 광고가 기독교계의 신문지상을 뒤덮고 있는데, 그 가운데 바로 P 목사의 간증과 K 목사의 「뷰티풀 천국 쇼킹 지옥」이 있다.
3. (성경적인 비판) 천국에 혹은 지옥에 갔다 왔다는 데 거기 대해서 왈가왈부할 성질이 아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특이한 경험을 했음에 틀림없다. 물론 그들 중에 어떤 일들은 괜히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지어낸 이야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유의 책들 가운데 가장 합리적일 것 같은 S교수의 책에도 그 머리말에 “나의 지식과 함께 기도 중에 내가 본 환상과 나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 글을 쓰기로 한 것”이라고 한 것이나 “필자가 꿈과 상상의 세계를 통해서 본 천국과 지옥을 함께 여행해 보자”고 한 것을 보면, 이런 유의 책이 갖는 어느 정도의 픽션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책의 마지막 부분인 종막에서도 “내가 본 것을 소설 형식으로 기록하기로 했다”고 쓰고 있다. 논자가 짐작하기에 S교수는 단테의 신곡을 읽다가 자극을 받아 그에 방불한 책을 쓰고 싶어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그의 책 제 1장 연옥편에서 “그가 쓴 천국과 지옥이 내가 꿈 속에서 본 것과 너무도 달라 나는 내가 읽고 듣고 본 것을 기록하기로 하고 펜을 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도행전의 서두 같기도 하고, 요한 계시록의 서두 같기도 한 이런 투의 글이 픽션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4. 이들은 하나같이 꿈에서 본 것을 대단한 신빙성을 가지고 말하는데 그러한 자세 자체가 성경을 가르치는 교사가 가져야 할 기본에서 벗어나 있는 듯이 보인다. 일찍이 성경은 그 백성들에게 이렇게 선언하였다. “너희 중에 선지자나 꿈 꾸는 자가 일어나서 이적과 기사를 네게 보이고 그가 네게 말한 그 이적과 기사가 이루어지고 너희가 알지 못하던 다른 신들을 우리가 따라 삼기자고 말할지라도 너는 그 선지자나 꿈 꾸는 자의 말을 청종하지 말라”(신 13:1-3a).
5. 많은 사람들이 이들이 행하는 이적과 기사 때문에라도 믿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도대체 성경의 교훈은 어디에 두고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 바울 사도는 이런 시대가 있을 것을 미리 말씀하시고 경고하셨다. “악한 자의 나타남은 사탄의 활동을 따라 모든 능력과 표적과 거짓 기적과 불의의 모든 속임으로 멸망하는 자들에게 있으리니, 이는 그들이 진리의 사랑을 받지 아니하여 구원함을 받지 못함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미혹의 역사를 그들에게 보내사 거짓 것을 믿게 하심은 진리를 믿지 않고 불의를 좋아하는 모든 자들로 하여금 심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살후 2:9-12).
6. 성경에서의 천국에 대한 언급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이런 의미에서의 언급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거의 대부분이 하나님의 나라 관점에서의 천국이다. 이 경우에는 지난 세기 동안 연구되어진 현재적인 하나님의 나라 관점이 강조되어져야 한다.
7. S 목사는 그의 책 말미에서 오늘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런 유의 현상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지금 한국과 외국에서 천국과 지옥을 갔다 왔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책과 간증이 판을 치고 있어서 사실은 이 간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같은 부류로 여겨질까 두렵다. 가장 유명한 것이 안젤리카의 23시간이라는 내용이고, 국내에서는 구순연 전도사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간증하는 것은 잘못된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서이다.” 그가 보기에 이런 유의 간증들이 잘못되었다는 표현이다.
결국 그도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을 통해서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것을 믿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그의 글을 읽으면서 자체 모순적인 표현을 보게 된다. 그의 책 앞부분인 지옥과 천국 편에서 수많은 실명을 거명하면서 그들을 천국과 지옥에서 본 것으로 말해놓고는 후록에 가서는 “그러면 천국에는 언제 가는가? 낙원에서 잠깐 머물다가 주님이 부활할 때 육체가 부활해서 간다”고 하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아직 부활하지 않았으니 그들이 천국에 가지 않았다는 말인데, 그들을 천국에서 본 것으로 기록한 것은 자체모순이 아닌가?
8. 신앙생활에서 천국과 지옥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죄에 대한 회개를 촉구하는 의미에서나 믿음이 없는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받도록 하는 면에서 천국과 지옥의 실재성을 말하는 것은 성경적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강조가 구원 이후에 이르게 될 실제로 존재하는 곳에 대한 사실 자체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신앙정신을 왜곡시킬 수 있는 어떤 의도들 속에서 신자들을 자극시키려는 목적을 가지는 것은 신학적인 문제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이미 이러한 사실은 앞서 천국과 지옥을 다녀왔다고 하여 간증을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바 있기 때문이다. 성경 기록과 체험 사이에 발생하는 차이점으로 인하여 성경론, 구원론, 종말론 등에 있어서 심각한 오해나 오류를 가져오게 된다.
9. 어떤 종교적 현상이나 체험에 앞서 성경 해석이나 이해와 관련하여 긴 교회의 역사 속에서 공적 고백으로 정리된 신조(신앙고백)나 교리에 대한 내용을 살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0. 신앙적 체험이 성경의 기록을 넘어서 충돌할 때 온 교회가 공적으로 고백한 역사적 신앙고백이나 교리보다 선행할 수 없고, 그것이 하나님의 공적인 진리에 상반되면 어떤 가치도 없다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참된 체험이라고 할 때, 그것을 경험하는 자는 교회의 질서를 존중하고, 성경의 계시정신을 넘어서지 않으며, 공적으로 고백된 교리의 내용을 모두 존중하여 스스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신앙적 체험 때문에 교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호기심 속에서 성경이 말하는 것 이상을 말하고, 공적인 교리를 훼손시키면서, 결국에 신앙의 내용을 공교회가 고백하는 신앙정신과 분리하여 사적인 내용으로 만드는 것은 그것 자체로 미혹임을 알아야 한다.
11. 어떤 신앙적 체험이든 하나님의 특별계시의 기록인 성경이 서술하고 있는 것 더 이상의 것을 말한다고 하면 성경의 권위는 사라질 것이다. 성경의 내용이 어떤 신앙적 체험들에 의해 추가되거나 보충될 수 있다고 믿어지면, 이미 성경은 더 이상 완전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볼 수 없다. 우리가 소유한 성경은 우리의 구원을 보증하지 못하는 불안전한 책일 뿐이다. 또한, 그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고, 이단들의 오류를 방어하기 위해 공적으로 정리한 신앙고백(교리)을 넘어서 신앙적 체험을 주장한다면, 신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는 진리의 객관성도 더 이상 언급할 수 없을 것이다.
12. 성경을 발판 삼아 성경이 말하지 않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마치 성경적인 것처럼 장황하게 말하는 것에 대하여는 항상 경계를 놓치지 않는 것이 신앙적으로 안전하다. 성경을 가르치고 설교하는 목회자 혹은 설교자로서는 우리가 단상에서 성경 외의 내용을 말하고 가르칠 권리가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특히 개혁교회 목회자 혹은 설교자로서는 그 선이 너무나 분명하다는 것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개혁교회에 속한 목회자로서는 그 자세를 분명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혁교회 강단의 특징은 말씀이 가는 데까지 가고 말씀이 멈추는 데서 멈추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더하지도 말고 빼지도 말라는 것은 성경의 처음 부분인 신명기와 마지막 부분인 요한계시록에서 거듭거듭 경고하는 말씀이다. 말씀에 무엇을 더하면 재앙을 더할 것이요, 말씀에서 무엇을 빼면 복에서 제할 것이라고 하셨다. 오늘날 마치 유행처럼 천국 혹은 지옥을 다녀온 이야기들을 강단에서 하는 일은 개혁교회임을 자처하는 교회의 강단에서는 도무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여겨진다.
* 위 내용은 한국기독교사연구소(소장:박용규 교수, 총신대)가 지난 2012년 11월 26일 오후2시부터 6시까지 신반포중앙교회(담임:김성봉 목사)에서 개최한 ‘한국 교회 이단사이비 운동 비평 심포지엄 1’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일부 발췌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단체에 문의해 참고하면 된다.
김성봉, “천국, 지옥 방문 신드롬에 대한 비판”, 한국기독교사연구소-제1회 한국교회 이단사이비 운동 비평 심포지엄, 2012년 11월26일, 서울:신반포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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