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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교리와 신학

부자가 되려는 것은 ‘비신앙적 행위’… 칼빈이 바라본 돈의 문제

by 데오스앤로고스 201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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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에 따른 돈과 재화 / 이오갑 박사(그리스도대)

 

2015년 1월 12일 기사

 

칼뱅의 사상, 자본주의와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아
부를 하나님의 선물로 이해했지만 부당한 축재에 대해서는 비판

청부와 청빈. 과연 어떤 것이 성경적일까? 청부와 청빈은 ‘돈’과 관련돼 있다. 그동안 한국 교회 내에서 청부와 청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돼왔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것이 성경적인지 명확하게 결론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이오갑 교수(그리스도대)는 ‘칼뱅에 따른 돈과 재화’라는 연구논문(에서 돈, 곧 재화에 대한 칼뱅의 입장을 정리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한국 교회 내에서 진행됐던 청부론과 청빈론 논쟁에서 대부분의 학자들이 칼뱅을 인용하고, 그의 주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며 “칼뱅의 사상이 구체적인 교회와 사회 현장에서 사람들,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들과 더불어 살고, 때로는 부딪히고, 투쟁했던 과정에서 나온 매우 현실적인 사상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논문에서 칼뱅의 돈과 부, 재화에 관한 사상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칼뱅에 따르면 첫째, 세상의 모든 재화들은 하나님의 선물이고 축복이다. 그래서 칼뱅은 사유재산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재산의 증식이나 축재를 부당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재산 소유의 정당성은 언제나 하나님의 축복에 제한된다. 즉, 자기의 욕심으로 부당하고 불의한 악행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과 직업 활동, 상속, 이자취득 같은 합법적인 방식으로 얻은 것에 제한된다는 것.

둘째, 부당한 축재행위의 바탕에는 인간의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칼뱅은 그런 욕심을 버리고, 모든 재화의 근원인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를 의지하도록 권유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간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하나님이어야 하며, 그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 사람들이 하나님을 의지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돈이나 재물에 의존했던 것을 끊어야 한다. 칼뱅은 그런 소유로부터의 자유를 매우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즉, 소유를 절대로 여기며 거기에만 몰두해 사는 것으로부터 자유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며, 더욱 가난해지는 것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도 의미를 찾아 감사하며 자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칼뱅은 사람들이 하나님이 주신 재화를 낭비하고 탕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절도를 지키면서 절제하고 검소하게 생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이러한 칼뱅의 주장이 금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재화의 소유자들이 자신의 절도를 지키며 절제한다는 전제에서 마음 편하게 쓸 자유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칼뱅에게 막스 베버 등이 주장하듯 자본주의 정신의 어떤 선구자적 면모를 볼 수는 없다. 또한 칼뱅이 사유재산제를 지지하고 정당한 노동이나 직업 활동 등을 권장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굳이 자본주의와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가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칼뱅이 줄곧 부유해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는 점”이라며 “돈을 벌고 재산을 불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칼뱅에게는 탐심이나 욕심에 자신을 내어주는 일이었다”고 피력했다.

이어 “부자가 되는 것은 절도나 강탈이나 시기나 그 외 불의한 방식으로 이웃에게 해를 끼치고 되고, 하나님을 저버리는 행위로써 그런 마음은 내려놓아야 한다. 오히려 하나님에게 마음을 둠으로써 소유로부터는 자유를 얻으며, 자신의 정도에 감사하며 자족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칼뱅의 사상은 자본주의와는 별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모든 중심을 하나님에게 둠으로서 부가 아니라 하나님의 듯에 맞는 존재와 삶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오갑 교수의 ‘칼뱅에 따른 돈과 재화’라는 연구논문은 한국조직신학회가 발행하는 한국조직신학논총 제40집(2014년 12월, 동연)에 게재돼 있다. 이 교수의 연구논문 주요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1. 칼뱅에 따르면 모든 재화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온다. 그 모든 것들은 태초에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함으로써 생겨났으며 인간에게 주어졌다. 그것은 창조주의 부성적 호의와 사랑 때문이며, 그 바탕에는 그의 선하심이 있다. 하나님의 그런 호의는 인간에게 다양하게 주어지는데 그 중 하나가 자연의 재화들을 향유하는 것이다.

2. 칼뱅은 부나 재화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소유하고, 축적하는데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칼뱅은 사유재산을 인정했고, 더 나아가 그 재산을 증식시키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유재산제에 관한 칼뱅의 생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자유파논박’이다.

3. 칼뱅에게 문제는 재산 소유가 아니라 그것의 형성이나 축적 과정, 그리고 재산에 대한 태도, 재산의 사용 같은 것들이었다. 실제로 그가 역점을 기울여서 가르치고 설교했던 것도 대부분 그런 곳에 집중돼 있었다.

4. 칼뱅은 부당하게 재물을 소유하고 늘려나가는 사람들을 규탄했다. 나쁜 방법으로 재물을 소유하고 축적하는 사람들은 재화의 근원인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저주를 받게 된다. 그래서 정직하고 가난한 신자들은 더러운 부자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5. 사람들이 그렇게 부당하고 악하기까지 한 방법으로 부를 추구하는 원인에 대해 칼뱅은 ‘욕심’ 또는 ‘탐욕’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칼뱅은 개인의 욕심을 그 자체로서 보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본다는 점이다. 즉, 욕심의 이유를 하나님이 모든 재화의 근원이고 분배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찾았다. 그래서 그것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사람의 불신앙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했다.

 

 

6. 칼뱅은 탐욕을 인간의 근원적인 죄에 관계된 것으로서 하나님에 대한 배은망덕으로 봤다. 또한 바울과 함께 그런 탐욕이 우상숭배라는 관점을 받아들였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재화의 주이고 수여자라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자신이 부를 쌓기 위해 수단방법을 안가리고 때로 불법까지도 자행하기 때문이다.

7. 칼뱅에게서 재화는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므로 칼뱅이 우선적으로 강조했던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였다.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고, 하나님과의 관계이지 돈이나 재화가 아니다. 지상적인 축복들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살며 건강하게 일할 때, 부족함이 없이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일 뿐이다.

8. 그래서 신자는 재산이 늘어날 때, 혹은 작은 소득이라도 주어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허락한 축복임을 믿고, 그에게 감사하고 찬양하는 일이다. 물론 칼뱅은 소유에 대한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한다고 해서 신자의 영적 상태가 완전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자의 진실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신자의 마음이 항상 하나님을 바라고 있어야 하며, 재물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

9. 신자가 물질보다 하나님을 먼저 바라고 의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나님에게 속한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와 삶의 모든 부분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결단과 순종이 요구된다. 그러나 칼뱅에 따르면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물질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그래서 칼뱅은 물질의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을 매우 강조했다.

10. 칼뱅에게는 원래 세상의 모든 재화는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돈이나 부 자체가 나쁘거나 경멸할만한 것은 아니다. 재화들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하나님의 선한 부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나 순종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11.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물이나 부는 사람들을 탐욕가운데 빠뜨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를 파괴시키고 만다. 그런 부자들은 재물을 절대적으로 여기는 세상의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12. 칼뱅은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본문을 주석하면서 “이는 천국에 들어가는 일이 부자들에게는 너무나 어렵다고 해서 그들이 이상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한다. 왜냐하면 부자들이 자기들의 부를 믿는 것이 모두에게 공통적인 악이기 때문이다. … 부는 그 본성상 하나님을 따르는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 정신 대문에 큰 부자들이 그를 따르는 일은 아주 불편하다. 그래서 사탄은 부유한 사람들을 속박하고, 사슬로 묶어 놓아서 그들을 자기들의 마음을 하늘로 향하지 못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13. 부자들은 자기 재산을 하나님으로부터 온 축복으로 받아들이지만 항상 그 재산을 떠날 준비를 갖추어야 하고, 가난해질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칼뱅은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이 부자들에게 재물을 준 것은 바로 그런 소유로부터의 자유를 갖는다는 조건에서다.

14.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부와 소유에 집착해서 하나님을 저버리고 이웃들에게 나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부자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가난해지는 것이 낫다. 그래서 칼뱅은 강단에서 “가난해지기를 배우자”라고 외쳤다.

 

 

15. 칼뱅은 기독교 강요에서 그런 소유로부터의 자유를 ‘다가올 생’을 명상하고 고대하는 종말론적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했다.

16. 칼뱅은 소유에 대한 자유, 도는 자기 형편과 처지에 대한 만족을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요구했다. 그 이유는 칼뱅이 가난한 사람들도 단지 가난할 뿐이지 재물에 대한 욕심이나 집착은 동일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별다른 소유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소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자기의 형편과 처지에 만족하는 것이다.

17. 중요한 것은 부자가 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성실하게 하루하루 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정당한 노동과 직업 활동을 하며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사람들이다.

18. 칼뱅은 부자들에게 절도와 검소한 생활을 권장했다. 물론 그러한 절도나 검소함이 금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칼뱅의 사상에는 금욕주의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가 부자들에게 사치하거나 방탕하지 말고, 재화를 절도 있고 검소하게 사용할 것을 권했던 것은 금욕주의와는 관계없고, 또한 ‘금욕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칼뱅은 부자들이-또는 부자가 아니어도-적당히 향유하고 즐기면서 기쁨을 나누는 것을 한 번도 비난한 적이 없다.

19. 칼뱅은 무절제와 사치를 엄격하게 제제하기 위한 경건한 의도이기는 하지만 재화의 사용을 오직 필요에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유를 가질 것을 권면했다,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재화를 주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쓸 자유가 있다. 물론 절제한다는 전제는 있지만 소유자들에게 쓸 자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 칼뱅에 따르면 정당하게 소유한 재화들은 그 용도에 맞춰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용될 수 있다. 부자나 왕들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에게는 사치라고 보이는 정도도 허용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산의 소유를 그렇게 사용할 자유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법이나 양심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요컨대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정당하게 벌고 소유한 것에 대해서는 선선하게 쓰고 향유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21.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재화들을 주신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절도를 지키고, 검소하게 사용될 것이 권장된다. 더군다나 그런 자유가 무절제한 사치나 방종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은 규제되고, 제한되어야 한다.

22. 이와 같은 점에서 칼뱅에게 막스 베버 등이 주장하듯 자본주의 정신의 어떤 선구자적 면모를 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칼뱅이 사유재산제를 지지하고 정당한 노동이나 직업 활동 등을 권장했다고 해도 그것을 굳이 자본주의와 결부시키는 것도 무리가 많다.

23. 즉, 사유재산은 이미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일반적인 제도이고 관행일 따름이다. 정당한 노동 역시 어떤 제도에 관계없이 다 통용되는 덕목이다.

24, 특히 주목할 것은 칼뱅이 줄곧 부유해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는 점이다. 돈을 벌고 재산을 불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칼뱅에게는 탐심이나 욕심에 자신을 내어주는 일이다. 부자가 되는 것은 절도나 강탈이나 시시가 그 외 불의한 방식으로 이웃에게 해를 끼치게 되고, 하나님을 저버리는 행위로서 그런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25. 오히려 하나님에게 마음을 둠으로써 소유로부터는 자유를 얻으며 자신의 정도에 감사하며 자족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칼뱅의 사상은 자본주의와는 별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모든 중심을 하나님에게 둠으로써 부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맞는 존재와 삶을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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