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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성경과 신학

메타버스 시대의 구약읽기: "에스겔은 디지털의 원조"

by 데오스앤로고스 2022.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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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은 2600여 년 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디지털적이다. 그는 비유라는 영상언어를 통해서 이미지를 생산해냈다 ···  에스겔은 끊임없이 이미지를 보고,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과 의사소통을 하고, 사람들과도 의사소통을 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디지털적이다."

 

 

 

 

한국구약학회(회장:김회권 박사/숭실대 교수)가 지난 4월 15일(금) 오후 2시 온라인(ZOOM)으로 '제119차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메타버스 시대의 구약읽기'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자로 참여해 '에스겔, 디지털의 원조:영적 예술로서의 구약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종록 박사(한일장신대 교수)의 주장 일부를 정리했다.

 

 

 

 

 

 

 

에스겔, 디지털의 원조
"에스겔의 예언은 문화 콘텐츠"

 

 

이종록 박사(한일장신대 교수)는 "바벨론 땅, 척박한 삶의 자리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스라엘 포로들 가운데 탁월한 영적 상상력으로 메마른 그 시대를 놀라운 영적 상상력으로 꽃 피웠고, 그 시대를 상징하는 표징으로 살았던 사람이 바로 에스겔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실존주의 철학의 대표자로 알려져던 독일의 하이데거의 신 이해와 존재론적 고찰, 그의 예술에 대한 관점을 중심으로 구약학은 영적 예술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약성서의 예언 역시 그 시대의 문화였고 예술이었다"라며 "에스겔은 예언이 문화며 예술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람이다. 그가 직접적인 선포가 아닌, 공연을 통해서 예언을 했다는 점에서, 그는 예언을 문화 콘텐츠화(化)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예언을 가공해서 놀라운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라고 평가했다.

 

이 박사는 "에스겔은 2600여 년 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디지털적이다"라며 "그는 비유라는 영상언어를 통해서 이미지를 생산해내고 행위예언을 통해서 아방가르드적인 행위예술, 즉 퍼포먼스를 하는 전위 예술가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 디지털로 구현하는 원격현전과 시뮬레이션의 원조(元祖)이며, 그것들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또 이스라엘의 미래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에스겔은 자신의 몸을 미디어로 삼는 예술로서의 예언을 통해, 거짓으로 가득 찬 당 시대에 진실을 드러내고, 진리 가운데 이스라엘을 정립하려고 했다"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시대 = 이미지 시대
에스겔의 환상은 "영상언어"
에스겔은 시뮬레이션의 원조

 

 

이 박사는 "에스겔은 독특한 예언활동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현재를 보여주고, 이스라엘의 미래를 제시했으며, 범죄와 그로 인한 심판을 말하고, 하나님이 이루실 새 이스라엘 모습을 보여주었다"라며 "앞으로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를 현재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그의 예언문화는 이미지를 디지털화하는 오늘의 시대 문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즉, 오늘날의 영화, 컴퓨터 그래픽 모두 이미지를 디지털화하고 있고, 사이버라는 가상공간에서 구현되는 모든 것들이 이미지가 중심인데, 에스겔서는 이런 이미지 시대와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에스겔의 환상은 이미지를 구체화시킨 강력한 영상언어라는 것.

 

이 박사는 "에스겔이 본 환상들도 강력한 이미지들이고, 메시지를 선포할 때, 그가 보여주는 몸예언, 즉 그가 관객들 앞에서 행하는 퍼포먼스도 이미지다. 그리고 그가 말로 들려주는 메시지도 비유라는 그림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상적이다"라며 "에스겔은 끊임없이 이미지를 보고,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과 의사소통을 하고, 사람들과도 의사소통을 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디지털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에스겔은 이스라엘이 지은 죄도 이미지화하고, 이스라엘 역사도 이미지화한다"라며 "죄를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것을 완벽한 이야기로 엮어낸다. 그리고 역사를 서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역사를 서사화하고 이미지화한다. 그래서 이야기로서의 역사, 이미지로서의 역사를 제시한다. 이렇듯 에스겔은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디제라티'(디지털_digital+지식인_literati의 조합어로, 디지털 시대의 지식인)였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날의 사이버스페이스는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며, 이곳과 저곳, 그리고 그 너머의 공간이 공존하는 곳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지금 현실적으로 시공간 속에 없는 것이 존재하는 곳이다"라며 "에스겔은 이와 같은 '시뮬레이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에스겔서 40장의 본문을 보면 에스겔은 '가상공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에스겔이 하나님의 손에 붙잡혀서 간 곳은 이스라엘 땅이지만, 그곳은 실재하는 이스라엘 땅이 아니고, 가상적인 공간이다. 그곳에 높은 산이 있고, 그 산 남쪽으로 성읍처럼 생긴 것이 보였다. 결국 에스겔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재하지 않은 것을 더 실재하는 것으로 보여준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에스겔이 보여준 하나님 나라
지금은 여기 없지만
거기에는 계실 '여호와 삼마'

 

 

이 박사는 "에스겔은 영상언어와 디지털적인 요소들을 통해 당시 이스라엘 사회가 얼마나 부패하고 타락했는지를 보여줬다"라며 "하지만 에스겔은 이스라엘의 현재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에스겔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은 하나님이 이루시는 나라, '여호와삼마'였다"라고 강조했다.

 

즉, 비록 지금은 하나님이 여기에 계시지 않지만 에스겔이 꿈꾸는 그 나라, '거기에는 계실 것'임을 보여줬다는 것.

 

이 박사는 "하나님이 떠난 이가봇의 현장에서 에스겔은 하나님이 계시는 나라를 꿈꾼다. 현재 이스라엘의 모든 문화는 이가봇의 문화이지만, 나중에는 '여호와 삼마'의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에스겔은 일부러 영상언어와 디지털적인 요소를 사용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스겔이 염원하는 새로운 공동체는 성전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율법을 지키면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사는 그런 공동체, 그런 세상이었다"라며 "에스겔은 하나님 뜻을 어기고 죄 범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하나님 뜻을 따름으로써 형성되는 문화를 원했다. 이런 바람은 에스겔서 40-48장에서 강력한 이미지와 시뮬레이션으로 나타난다. 에스겔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기준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이 박사는 "고대사회에서 문화적 콘텐츠였던 구약성서를 우리 시대에도 통하는 문화적 콘텐츠로 재창작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며 "그 작업은 구약성서 자체가 문화적 콘텐츠임을 인지하고, 가장 소중한 미디어인 인간의 몸을 통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내는 '해석학적 작업'으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디지털 시대에서도 구약성서는 우리에게 오래된 미래이기 때문이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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