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설명하며 바울이 제시하는 하나님은 진노하시는 하나님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진노는 충동적이거나 이유 없는 진노가 아니다. 하나님의 진노는 합당한 예배와 영광을 돌리지 않고 반역하는 죄인들에 대한 창조주 하나님의 거룩하며 의로운 반응이다."
"하나님의 진노는 기계적인 진노도 아니다. 로마서 1:18-32에 드러난 하나님의 진노는 인격적 존재이신 하나님이 인간의 삶에 현재적으로 개입하시고 반응하시는 관계적 측면을 보여준다."
"하나님을 거부하고 그에게 영광을 돌리지 않는 죄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는 회개하고 돌이키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변형된 표현이다."
* 이 글은 목회 현장에 직접적으로 소개되진 않았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들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가치 있는 소중한 연구 결과물을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일부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연구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김현광 박사의 <로마서 1:18~32에 나타난 하나님의 진노의 성격>, 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 '신약연구', 제21권 제1호(통권 제65호/2022.03).
김현광 박사(한국성서대 교수/신약학)는 로마서 1장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진노의 성격을 고찰한다.
김 박사는 "바울은 하나님의 진노를 가져오는 인간의 궁극적 죄는 하나님을 창조주로서 영화롭게 하지 않는 것, 또는 하나님을 경배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하면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만들어 경배하며 하나님의 뜻(질서)을 버리고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라고 진단한다"라고 설명한다.
특히 "바울에게 있어 하나님의 현재적 진노는 미래의 최종적 진노와 심판에 대한 예견이며 경고이다. 바울은 지금 하나님의 진노가 있음을 보여주며 복음을 듣고 화목제물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 얻도록 준비시킨다"라며 "현재 하나님의 진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설교자들은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품고 무서운 하나님의 진노를 설교해야 한다"라고 당부한다.
로마서 1장에 사용된 진노 단어
"악행에 대한 강한 분개"
김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바울은 로마서 1장에서 이방인의 죄와 하나님의 진노, 유대인의 죄와 하나님의 진노를 자세히 다루며 하나님의 진노는 전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임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특히 바울이 사용한 진노라는 헬라어 단어는 오르개(ὀργή)다. 이 단어는 악행에 대한 강한 분개를 뜻한다.
김 박사는 "신약에서 하나님의 진노를 명시적으로 표현할 때 헬라어 명사 오르개(ὀργή)와 뛰모스(θυµός)가 사용된다"라며 "바울은 로마서 2:8에서 뛰모스를 사용한 것 외에는 모두 오르개라는 단어를 통해 하나님의 진노를 표현한다"라고 설명한다.
하나님의 진노의 성격 5가지
김 박사는 로마서 1:18~32를 중심으로 바울이 하나님의 진노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 설명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로마서 1장에 나타난 하나님의 진노의 성격은 5가지다.
첫째, 이방인도 피할 수 없는 공평한 하나님의 진노다.
둘째,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하나님의 진노다.
셋째, 하나님의 진노의 ‘이미, 그러나 아직 아니’ 성격을 갖고 있다.
넷째, 핑계 댈 수 없는 하나님의 진노의 정당성이다.
다섯째, 인간의 바꾸어버림과 하나님의 넘겨주심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진노다.
김 박사는 "하나님의 은혜는 유대인 뿐 아니라 이방인도 진노에서 구원하는 것이다. 이방인과 유대인 차별 없이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자는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의롭다 함을 얻고 하나님과 화목하게 된다는 것이 바울이 선포하는 복음이다"라며 "하나님의 진노가 나타나고 있다는 인식은 개인의 구원뿐 아니라 선교를 위한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바울은 진노의 날을 하나님이 유보하고 계심을 보여주며 '하나님의 길이 참으심의 풍성함'을 효과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라며 "이는 복음에 대한 현재적 반응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드러낸 것이다. 하나님의 진노에서 구원받아 하나님과 화목을 누리는 것은 미래의 종말적 사건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믿는 자에게 이루어진 현재적 구원 사건이기도 하다"라고 피력한다.
바울은 하나님의 진노는 '이미', 그러나 '아직 아니'라는 성격을 갖고 있음도 강조한다.
그 이유에 대해 김 박사는 "하나님의 진노는 회개하지 않는 모든 자들에게 지금 임하고 있지만 '아직 아니'라는 측면에서 최후 심판이 임하기 전에 회개를 촉구하는 기능을 한다"라며 "바울은 진노의 완전한 모습은 최후 심판의 날, 즉 진노의 날이라고 부르는 그 날에 임할 것이며 그때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죄인은 없다. 로마서 1:18은 지금이 바로 하나님의 진노가 나타나고 있는 긴박한 상황임을 암시한다. 하나님의 진노는 현재적 실체로서 즉각적 회개라는 현재적 반응을 촉구한다"라고 주장한다.
사도 바울은 핑계 댈 수 없는 하나님의 진노의 정당성 또한 밝히고 있다.
김 박사는 "로마서 1:20은 이방인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자연 계시를 통해 얻을 수 있음을 드러내면서 율법을 갖지 않은 이방인이라도 하나님의 진노를 일으키는 그들의 행동에 대해 핑계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라며 "바울이 하나님의 보편적 진노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않았다면 복음은 율법을 가진 유대인에게만 해당되는, 유대인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의 해결책이 되고 말았을 것이며 이방인 선교에 대한 바울의 당위성도 확립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특히 로마서 1:18에서 불의로 진리를 막는 사람들의 모든 불경건함과 불의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설명하면서 진노를 초래하는 사람들의 반역적 행위를 고발한다. 김 박사는 이를 '인간의 바꾸어버림과 하나님의 넘겨주심'으로 설명한다.
김 박사는 "하나님의 진노를 초래하는 인간의 반역적 행위, 즉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기는 것'을 언급한 후 바울은 즉시 '주는 곧 영원히 찬송 할 분'이라는 사실을 선언한다"라며 "그러므로 하나님의 진노를 가져오는 인간의 궁극적 죄는 하나님을 창조주로서 영화롭게 하지 않는 것, 또는 하나님을 경배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역설한다.
즉,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만들어 경배하며 하나님의 뜻(질서)을 버리고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하나님의 진노를 초래하게 됨을 바울은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 박사는 "하나님의 진노는 기계적인 진노가 아니다. 로마서 1:18-32에 드러난 하나님의 진노는 인격적 존재이신 하나님이 인간의 삶에 현재적으로 개입하시고 반응하시는 관계적 측면을 보여준다"라며 "바울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후에 인간의 실존적 삶에는 무관심한 채 멀리 계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의 바꾸어버림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넘겨주심이라는 관계적 반응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진노의 의미,
"하나님 사랑의 변형된 표현"
김 박사는 연구논문을 마무리하면서 "현재 하나님을 거부하고 그에게 영광을 돌리지 않는 죄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는 회개하고 돌이키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변형된 표현이다"라며 "하지만 하나님의 진노는 최후의 '진노의 날'에는 사랑과 기다림의 모습보다는 심판과 멸망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래서 하나님의 진노를 선포하는 바울은 고린도후서 6:2에서 지금이 구원의 날이라고 외친다(“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라며 "하나님의 진노를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떠난 세상을 향해 구원의 복음, 하나님의 의가 나타난 복음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설교자들 역시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에 대해 설교해야 한다"라고 당부한다.
[연구논문 목차]
1. 들어가는 말
2. 로마서 1:18-32의 문맥
3. 로마서 1:18-3:20에 사용된 진노관련 용어
4. 하나님의 진노의 성격
가. 이방인도 피할 수 없는 공평한 하나님의 진노
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하나님의 진노
다. 하나님의 진노의 ‘이미, 그러나 아직 아니’ 성격
라. 핑계 댈 수 없는 하나님의 진노의 정당성
마. 인간의 바꾸어버림과 하나님의 넘겨주심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진노
5.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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