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인 86.5%
성범죄 저지른 목사는
"반드시 '영구제명' 해야 한다"
vs
"목회자 49%
일정기간 목사직 정지시키고
"회개하면 '복권' 해야 한다"
한국교회 안에 '성범죄 대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 처벌에 대한 일반 성도와 목회자의 인식에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사 하단의 5. 한국교회 성범죄 대처 시스템 평가 부분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공동대표:강호숙, 박유미, 방인성)가 지난 11월 18일 오후 2시 공간 새길에서 기획포럼을 통해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이날 한국교회 성인지 감수성 및 성폭력과 관련된 포럼도 함께 진행하면서 교회 안의 성폭력을 근절하는 다양한 활동에 목회자와 성도들이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성에 대한 인식과 성평등에 대한 개신교인들과 목회자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65세 교회 출석 성도 및 목회자(담임목사, 부목사, 설교/협력목사) 총 1,012명(개신교인 800명, 목회자 212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1년 8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11일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설문내용은 개신교인, 목회자의 성에 대한 인식, 교회 내 성평등, 설교와 성평등, 교회 내 성희롱/성폭력 경험, 성회롱/성폭력 예방교육, 한국교회 성범죄 대처시스템, 목사의 성 스캔들 등으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신교인의 성인지 감수성 설문조사 결과는 정재영 박사(설친선대 교수/종교사회학)가, 목회자의 성인지 감수성 설문조사 결과는 권미주 박사(정신대 교수/목회사회학)가 각각 발표했다. 주된 설문조사 결과(도표:발표자료집 발췌)를 아래에 정리했다.
* 보다 자세한 설문조사 결과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집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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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 관련 인식
개신교인 89.5%,
"가벼운 성적농담과 접촉도 성희롱"
성희롱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의 결과는 '가벼운 성적 농담이나 신체 접촉도 성희롱이다'에 대한 동의율이 89.5%로 가장 높았고, '단톡방, 문자 메시지, SNS 등에 상대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성희롱일 수 있다' 85.0%, '가해자가 성희롱을 할 의도가 없었다 해도 피해자가 불쾌하면 성희롱이다' 83.8%, '교회에서 피해자가 성희롱을 문제 삼으면 그 피해자는 교회에서 신앙생활하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73.8%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정재영 박사는 "조사 결과 개신교인의 성인지 감수성이 우려할 만큼 낮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현실적으로 교회에서 성범죄를 문제 삼는 것에 대한 어렵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 교회 중직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정치성향이 보수적일수록 '성희롱은 피해를 당한 사람의 태도 때문'이라는 동의율이 높다는 점 등의 결과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 '심한 성추행이나 강간만이 성폭력이라 할 수 있다'가 가장 많은 85.1%가 동의하지 않았으며, 그 다음으로, '여자가 싫다고 말하는 것은 진심이 아닐 수 있다'(비동의 79.6%), '여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하다'(비동의 76.2%), '남자는 성충동이 일어나면 통제할 수 없다'(비동의 75.2%),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비동의 69.9%),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비동의 66.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 박사는 "성희롱에 대한 항목과 마찬가지로 직분이 높을수록 성폭력에 대해서도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여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하다', '여자가 싫다고 하는 것은 진심이 아닐 수 있다'에 대한 동의율은 모두 60~65세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목회자 91%,
'다윗과 밧세바' 사건은 성폭력
목회자를 대상으로 사무엘하서의 '다윗과 밧세바'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거의 모든 목회자(91.3%)가 ‘다윗의 태도는 오늘날 관점에서 본다면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또한 1/4 가까이는 ‘다윗의 잘못은 이후 우리야를 죽인 것에 있다’(23.5%)에도 동의를 했다.
이와 관련 권미주 박사는 "‘하나님께서 회개한 다윗을 용서하셨으므로, 성폭력을 저지른 목회자도 충분히 회개하면 이후에 다시 목회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은 교인 수 500명 이상 교회와 합동 교단, 그리고 정치적 보수 성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2. 교회 내 양성평등
개신교인의 3/4, "차별이 없다"
목회자 57%, "평등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정재영 박사는 "일반 신자들의 3/4은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하여 대체로 차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권민주 박사는 "목회자들이 교인들에 비해 여성이 불평등한 처우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16.5% 높았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권 박사는 "주로 성도들과 같이 직접적으로 일을 하는 40대 이하 부목사 층에서는 교회 사역에서 여성에게 불평등한 부분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보인다"라며 "반면 양성평등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느끼는 진보층에서는 아직까지 교회 문화는 남녀평등하다고 여기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3. 설교와 양성평등
개신교인 84.5%, 목회자 88.5%
"설교 시 성차별 표현 안 한다"
그래도 담임목사 설교에는
"어느 정도의 성차별 표현은 있다"
정 박사는 "하지만 출석 교회의 담임목사가 설교 시 성 차별적인 발언을 얼마나 하는지에 대해 알아본 결과 성차별적인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데 비해 실제로는 어느 정도 성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담임 목회자가 여성인 경우에 응답률이 높게 나와서 여성 목회자 설교 시에 성 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목회자 49.6%,
"성차별 안 하려고 노력한다"
권미주 박사는 "목회자 스스로 설교 시 남녀평등적인 설교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가 49.6%,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는 46.7%로 비슷하게 나왔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에서 담임목사(46.5%)보다 부목사
(56.%)가 더 많이 응답하였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본인이 설교할 때에 자신도 모르게 남녀 차별적 표현을 얼마나 자주 한다고 생각하는가는 질문에 88.5%가 ‘하지 않는다 (거의 + 별로)’고 응답하였다. 담임목사는 92.6%가, 부목사는 84.3%가 하지 않는 편이라고 답하여서 담임목사가 스스로 설교에서 남녀차별적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는 비율이 높았다"라고 분석했다.
4. 교회 내 성희롱/성폭력 경험
성범죄 피해 경험한 개신교인
"목사보다 일반 교인이 많다"
정재영 박사는 "성희롱/성폭력 직간접 경험자에게 가해자가 누구인지 물었는데, 대부분은 ‘일반교인’을 가해자로 답했다"라며 "사례 수가 30명 미만일 경우에는 일반화 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으로는 목사/교역자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가벼운 신체 접촉’(11.7%)과 ‘심한 신체 접촉’(10.5%)에서 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장로 등 중직자’라는 응답은 ‘가벼운 성적 농담’(17.1%), ‘가벼운 신체 접촉’(18.0%)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청년부 리더라는 응답은 ‘심한 신체 접촉’(17.3%), ‘본인이 원하지 않는 지속적인 연락’(15.5%)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출석 교회나 기독교 기관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82.2%가 ‘없다’ 고 응답했다"라며 "‘출석 교회’에서 받은 비율은 8.2%, ‘출석 교회 외 관련 기관’에서 받은 비율은 11.4%로 나타났다"라고 분석했다.
개신교인 82.2%, 목회자 54.5%
"성폭력 예방교육 받지 않았다"
개신교인 64.8%, 목회자 96.6%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필요하다"
목회자 51.2%,
"교단 차원의 프로그램 필요"
권미주 박사는 "교회 내 성폭력, 성희롱 등 성범죄를 예방, 처리하기 이해 목회자 개인, 개교회, 교단에서 노력해야 할 것에 대해 질문한 결과 1순위로는 ‘정기적이고 의무적인 성, 성폭력 예방과 관련된 교육’에 27.7%로 가장 많이 응답하였다. 뒤를 이어 ‘목회자 개인의 영성관리’, ‘교단 차원의 목회자의 영적, 정신적 건강 증진 및 돌봄 프로그램 마련’ 으로 응답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1,2 순위를 합하여 보았을 때는 ‘교단 차원의 목회자의 영적, 정신적 건강 증진 및 돌봄 프로그램 마련’(51.2%)이 가장 많이 응답되었다"라며 "교단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목회자를 케어하고 교육 및 돌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함으로써 목회자의 도덕성과 영성을 유지케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5. 한국교회 성범죄 대처 시스템 평가
개신교인 55.9%, 목회자 93.7%
"교회 성범죄 대처 시스템 갖추지 못했다"
한국교회 성범죄 대처 시스템 평가를 묻는 질문을 한 결과 개신교인의 24.0%만 ‘잘 갖춰져 있다’(매우+어느 정도)고 평가했고, 55.9%가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별로+전혀)고 평가해 부정 평가가 더 높았다.
특히 목회자는 거의 모두가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93.7%)고 응답해 일반 신자 다 더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일반 신자들 중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에서 더 높고, 직분이 높을수록 한국교회 성범죄 대처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개신교인 86.5%, 목회자 44.6%
"목사 성범죄시 목사직 영구 제명해야"
그러나
목회자 49%, "회개하면 복권 가능"
'목사가 교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목사직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성도와 목회자 사이의 응답 차가 크게 나타났다. 먼저 성도는 86.5%가 ‘영구적으로 제명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목회자는 44.6%만이 ‘영구적으로 제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목회자 49%는 ‘목사직을 정직시키고 일정기간이 지나 충분히 회개한 후 복권시킬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일정기간이 지나 복권시킬 수 있다' 응답에는 담임목사(53.2%), 60세 이상(71.4%)이 많이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와 교인의 불륜,
"과연, 누구 잘못인가?"
'목사가 배우자 이외의 이성 교인과 불륜, 즉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면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한 결과, 교인의 과반(53.4%)은 ‘둘 다’라고 응답하였으나, 목회자는 ‘목사의 책임이 크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74%로 훨씬 높았다. 목사의 책임이 크다라는 응답은 담임목사에서 연령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났고 (60세 이상, 92,9%) 부목사는 32.3%가 둘다라고 답하였다.
교회 내 성범죄 예방하고,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나려면
"은사에 따른 역할, 협의와 조정 필요"
한편, 정재영 박사는 개신교인의 성인지 감수성 설문 결과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권위주의 구조이고 배타적인 신앙관을 강조하고 있으며 지도자에게는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는 특징을 이루고 있어 위계에 의한 성범죄를 포함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회 운영의 측면에서는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지만 교인들도 민주적으로 토론하여 의사결정 하기보다는 목회자가 이끌어 나가면 단순히 순종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절대 진리를 믿는다는 것은 절대로 타협이나 협의가 없다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 박사는 "소수에 의해 지배되는 조직을 공동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종교 개혁의 전통은 성직자와 평신도를 권위주의적으로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 안에서 은사와 역할의 차이로 보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평신도 스스로 성경을 읽고 숙고하며 자신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진정한 의미에서 공동체를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 "교회 안의 다양한 의사 수렴을 위해 다양한 연령대와 부서 대표들을 일종의 비례 대표와 같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라며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며 협의할 수 있는 공동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공동체는 단순히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목회자의 역할
"건강한 성 담론의 공간 확보해야"
권민주 박사도 목회자 성인지 감수성 설문결과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현재 교단이나 교회 내에서 성폭력과 관련된 적절한 교육을 받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목회자 스스로가 교회 성폭력 예방교육을 통한 성, 성폭력 예방 등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이해를 가지는 동시에 교인들을 위한 보다 적합한 예방 프로그램 등을 마련함으로써 교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할 뿐 아니라, 성에 대한 건강한 담론을 발설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권 박사는 "목회자의 성범죄를 개인의 성적, 윤리적 일탈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라며 "보다 근본적인 것은 저변에 흐르고 있는 신학적 태도와 남녀 위계적인 교회문화에 도전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목회자도 범죄 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으나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태도를 가지지 않는 한, 그것은 회개일 수 없다"라며 "적어도 성범죄의 경우에는 목회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의 순명의 자리를 찾는 것이 진정한 회개일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한편, 성인지 감수성 설문조사 결과 발표 후에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공동대표인 박유미 박사(안양대 교수)가 '구약을 통해 본 성폭력 범죄 처벌'이라는 제목으로,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홍보연 원장이 '성평등한 교회 공동체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표하면서 한국교회는 목사의 성범죄 처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모습에서 탈피해 성평등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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