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위기 시대의 기독교의 역할과 기독교교육의 과제'를 주제로 한국기독교교육학회(회장:유재덕 박사, 서울신대)가 지난 3일 오후 1시 온라인(ZOOM)으로 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생명 위기의 현상과 원인
'생명 위기 시대, 기독교의 안식, 그리고 기독교교육'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류삼준 박사(서울장신대)는 한국사회를 비롯한 지국 사회 곳곳에 만연한 생명 위기 현상들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고의적 자해:자살이다. 둘째, 사건사고로 인한 사망이다. 셋째, 취약계층과 이들에 대한 무관심과 무감각이다. 넷째, 생태계의 파괴다.
그렇다면 생명 위기 현상을 유발하고, 유지하고, 확대시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류 박사는 "신자유주의, 성과주의, 소비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 인간중심주의 등의 신념과 가치관이 생명 위기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안식을 가르치는 기독교교육
성경에서 말하는 '안식'(쉼)을 통해 생명 위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류 박사는 "기독교의 안식이 갖는 목적과 의미는 결국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 특히 생명의 결정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자 생명을 향한 하나님의 창조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식은 하나님께서 모든 피조물에게 생명과 자비를 베푸셨듯이 우리도 다른 생명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라며 "예수님께서도 안식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닮기 위한 발걸음으로 여기면서 생명을 살리고 구원과 해방이라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선포하고 이루는 것임을 가장 올바르게 이해하시고 가장 정확하게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이시라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생명 위기 시대에 기독교교육은 △하나님께서 생명의 주관자가 되심을 일깨우는 교육 △생명 위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결단력과 실천력을 함양하는 교육 △생명의 위기에 저항하는 교육 △모든 생명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육 등의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류 박사는 "기독교인은 생명의 위기를 가져오는 모든 것들을 거부하고 그것들에 적극적으로 저항함으로써 온 피조물이 생명의 풍성함을 누리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라며 "더 나아가 비기독교인들도 납득할 만한 생명 존중의 필요성과 현실적 이유를 제시하고 그들로 하여금 종교를 떠나 이러한 생명 존중의 실천에 동참하도록 요청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안식을 통해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이다"라고 역설했다.
하이데거 실존사상과 기독교교육
'하이데거의 실존 사상과 생명 존중의 기독교 교육'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문은영 박사(장신대)는 하이데거의 실존 사상은 생명 존중의 기독교 교육을 위한 풍성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데거 실존 사상의 중심 개념들, 곧 세계 내 존재, 시간, 진리, 불안과 죽음, 인식과 생명 등에 대해 설명한 문 박사는 "하이데거의 과학과 실증주의적인 인식에 대한 깊은 통찰은 기독교교육에 있어서 신앙과 과학 사이에 갈등을 경험하는 학습자들에게 풍성한 생명의 논리와 성스러움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 박사는 '상상력'을 중심으로 하이데거의 실존 사상과 기독교교육의 접촉점을 모색했다. 그는 "하이데거의 실존사상은 인식의 상상력, 공감의 상상력, 비전의 상상력 등과 관련해서 풍부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라며 "포스트모던, 지구화,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현시대에 인식, 공감, 비전은 신앙양육을 위한 기독교교육의 적합한 패러다임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박사는 "환경 파괴로 인해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으며 생태계의 많은 생명들이 신음하는 이 세계 속에서 인식, 공감, 비전의 상상력을 함양함으로 인간 실존의 본래성을 회복하며 건강한 생명력과 샬롬이 약동하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게 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신자유주의 교육의 한계
'신자유주의 이후 생명 위기와 회복을 위한 기독교교육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홍성수 박사(고신대)는 신자유주의의 출현 배경과 특성을 설명하면서 "신자유주의는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시키고 편향된 자유를 고착시키고 있다"라며 "신자유주의 시대의 교육 또한 내면적, 본질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신자유주의 시장을 위해 내재하는 종속된 차원에서의 도구적인 교육에 머물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홍 박사는 신자유주의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신자유주의 시장은 자본주의 종교성으로 나아가고, 그 결과 성과사회를 부추기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켜왔던 연유에 기인한다. 이렇게 신자유주의는 교육을 도구화하며, 신자유주의의 신인간은 전통적인 가치를 약화 내지 변질시키며, 공공성을 희석시키는 특성을 나타낸다"라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와 기독교교육
홍 박사는 "인간 사회의 위기를 풀어가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장 질서에 모든 것을 맡기게 되면 사회에 대한 인간의 책임 자체가 부정될 수 있다"라며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시장만능주의 시각에 대응하여 시장에 모든 것을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역시 피조 세계의 한 부분으로 변혁의 대상이 됨을 일깨우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탁할 때 종교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이것이 가지는 경제중심의 환원주의 성향을 경계해야 한다.
둘째, 기독교교육은 신자유주의에서 도구화된 교육의 문제를 살피고, 참 교육을 회복하는 일을 감당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교육은 공정성을 상실하게 되고, 그래서 편파적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교육은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신자유주의 교육의 도구화 현상을 경계하고, 바른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며 설계하고 실천해야 한다.
셋째, 신자유주의의 신인간에 대응하는 성경적 인간상 형성을 위한 기독교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독교교육은 성경에 기초한 인간의 통전성을 중시한다. 성경은 인간학의 교과서는 아니지만, 과학적인 접근만으로는 밝힐 수 없는 인간의 중요한 본질을 교훈한다.
생명 위기 시대,
생명윤리 교육 시급하다
'생명 위기 시대에 따른 기독교 성인교육에서 전환학습 가능성'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안중회 목사(인하대)는 "생명 위기 시대에 생명윤리적 문제들도 발생하고 있다"라며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방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잠재적 위험과 위기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올바른 생명윤리의 확립에 따른 생명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목사는 "내적 영역으로서 올바른 생명윤리의 이해와 교육은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간을 위한 바른 방향으로 지속가능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라며 "진보하는 과학기술과 생명과학 분야에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신학적, 윤리적, 교육적인 의식이 뿌리내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생명윤리 교육의 한계,
기독교적 생명윤리 필요
안 목사는 "현재 한국의 생명윤리 교육의 현황은 사회적 수요에 비하여 생명윤리 전문가나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이 부족하며, 교육 내용이 될 실무적인 윤리적 쟁점들과 적용해야 할 법률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한계가 있다"라며 "생명윤리 교육은 다양한 의료계와 과학계 종사하는 이들과 모든 이들에게 교육이 충분히 제공되어 공론화되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안 목사는 "21세기가 되면서 의료기술과 유전공학과 같은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의료현장과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기독교적 생명의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기독교적 생명윤리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목사는 "하지만 현재 기독교 생명윤리는 개인적인 신앙에 갇혀서 사회적 필요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라며 "기독교 생명윤리 교육은 신앙의 내제화 속에 사회와 상관없는 상태로 있지 말고 공론화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기독교 생명윤리가 가지고 있는 바람직한 생명 이해의 장점을 활용하여 사회의 요구에 응답하여 정확한 신학적인 인간 이해 속에 생명과학 윤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윤리적 기준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기독교 생명윤리 교육은 기독교가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고 정확한 지침과 가르침을 주는 주요한 소통의 보고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생명윤리 교육,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기독교 생명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한 안 목사는 "기독교적 생명 이해를 생명 윤리적 가치기반 교육에 적용하여 기독교적 가치 기반 생명윤리 교육을 생성할 수 있다"라며 "기독교 생명윤리 교육은 자율성, 무유해성, 유익성, 공정성 등의 원리를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안 목사는 기독교 성인들을 대상으로 전환학습 이론을 활용한 커리큘럼을 개발해서 생명윤리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환학습이론이란? : 성인의 학습과정을 설명한 구성주의적 학습이론이다. 전환학습에 참여한 성인은 극적인 사건 또는 점진적이고 의미 있는 경험을 통해 본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나 신념체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학습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관점의 전환과 행동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안 목사는 "전환학습이론은 학습자들이 학습에 활발한 참여와 성찰로 그들의 삶의 경험에서 의미를 만들고 이전의 이해들을 전환시키는 능동적인 사람으로 변화를 제시한다"라며 "이러한 전환 학습적 역량으로 기독교 생명윤리 교육의 실천은 인류의 과학 기술 발전이 야기한 특별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과 그에 따른 결과를 미리 예견하고 인식하는 것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생명윤리의 기반 없이 기술발달과 경제적인 성장만을 앞세우면, 결국은 함께 하는 사회가 되지 못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생명윤리는 과학기술발달에 따라 우리 사회가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안전망의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생명윤리에 대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과 입장이 있다. 여기에 기독교 정신의 윤리가 논의되고 확산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갖출 것이다. 이를 위해 기독교 교육은 성인 윤리교육 방법을 고민하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보조생식기술발전과 가족개념에 동반되는 생명윤리학적 문제에 대한 기독교적 고찰(이수영 박사, 호서대) △코로나 시대 Ontact PBL 수업 운영 사례 연구(이성아 박사, 한국성서대) 등의 연구논문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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