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연구(9) *
웨슬리의 영성 / 유경동 교수(감신대)
2015년 3월 27일 기사
바른교회아카데미가 지난 2월 9일부터 10일까지(2015년) ‘기도의 신학, 경건의 실천’을 주제로 제18회 연구위원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길선주, 이용도, 손양원, 한경직, 문준경, 함석헌, 이현필, 문익환 목사 등을 비롯해 조나단 에드워즈, 웨슬리, 볼룸 하르트, 본회퍼, 루터, 칼뱅, 카타리나 쉬즈 젤, 존 오웬, 슈페너 등 세계 및 국내 개신교 전통에서 기도의 신학과 경건을 실천한 신앙선배들의 신앙과 신학을 조명했다. 이에 본지는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를 중심으로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바라본 과거 신앙위인들의 기도의 신학과 경건의 삶의 모습을 간단히 정리하며, 한국 교회에서의 적용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웨슬리의 영성>
유경동 교수(감신대, 기독교윤리)
웨슬리(John Wesley, 1703-1790)의 영성은 특히 기도를 통하여 형성되었습니다. 그는 기도야말로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기도가 부족하게 되면, 다른 어떤 것으로도 보충할 수 없음을 확신하고, 기도의 생활에 평생 전념하였습니다.
# 웨슬리의 균형잡힌 영성
웨슬리가 추구한 영성은 기도를 중심으로 하나님의 말씀, 즉 ‘한 책’을 신앙의 표준으로 삼았으며, 특히 성서의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시는 신중심적인 영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는 성서와 전통, 이성과 경험이라는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연결시킬때, 이 영성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영성을 통하여 웨슬리는 만인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뜻을 철저하게 순종하며 평생을 헌신한 것입니다.
웨슬리는 성서 전체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됨을 믿었으며, 하나님의 말씀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실천에 유일하고 충분한 법칙이 됨을 믿었습니다. 그는 성서에 주어진 구원의 길을 통하여, 종교의 제반 문제에 있어서 최고의 권위는 성서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그가 중요시하는 전통과 경험의 가치를 통찰력의 자료로 사용하였으며, 정태적이고 기계적인 문자주의의 위험에서 벗어나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는 진리로 말씀을 선포하는데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웨슬리는 최고의 권위인 성서의 바른 해석을 발견하는 데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성서에서 직접적으로 승인되지 못한 목회의 직제와 교회의 예전과 같은 중요한 전통적 형식들이 매우 큰 권위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웨슬리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적인 자연신학적 이성의 지식으로는 하나님을 알 수 없고, “아들 외에는 아버지를 알 수 없다”는 말씀을 인용하면서, 자연적 지식의 부적합성에 대하여 강조합니다. 따라서 이성의 중요성은 그것이 계시의 다른 자료를 마련하는데 있지 않고, 논리적 능력으로 우리로 하여금 계시의 증거를 정리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있으며, 또한 그것은 전통과 마찬가지로 성서에 대한 방종한 해석의 위험성을 방어하는 데에 필요한 무기들을 우리에게 제공하여 준다고 보았습니다.
웨슬리는 또한 경험을 강조하여 성서와 전통의 권위를 받아들이는 것이 하나님과의 산 관계를 말살하는 형식 종교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성경은 가장 결정적인 진리의 증거이지만, 경험은 가장 강력한 논증이 되기 때문에, 이 둘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서로 연관이 되고 상호 보완하는 표준이 되는 공동의 협력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웨슬리에게 종교의 생명력은 성서와 전통이 산 경험으로 자신과 연관이 될 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으며, 성령의 내적 증거로써만 그리스도에 대한 참신앙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성령은 동시에 그리스도에 대한 교회의 증언을 통하여 우리에게 산 경험을 가지고 온다고 믿었습니다.
웨슬리의 사상에 보편주의와 사해주의 특성이 나타나는 이면을 살펴보면, 웨슬리의 선행 은총론이 핵심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선행적 은총은 인간의 공로와 상관없이 하나님이 인간을 구원하실 계획을 은총으로 부여하셨다는 뜻입니다. 원죄로 인하여 자연적 인간은 하나님께 죽었지만, 인간은 이 선행적 은총에 대하여 응답, 또는 반항할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선행적 은총론에서 웨슬리가 이해한 인간의 양심은 인간의 책임이라는 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관점을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그는 양심을 자연적 양심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서, 하나님이 모든 자연적 인간 위에 초자연적으로 부여하신 은총으로 보고, 인간이 순간적으로나마 하나님의 뜻에 역행할 때, 하나님의 영이 인간을 내적으로 통제하고 불안을 느끼게 하는 그 영역이 바로 양심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웨슬리는 종교개혁 정신을 따라서 구원을 공적의 율법적 질서 안에서 보존하여 인간의 업적을 신앙에 부가하는 것에 반대하였을 뿐 아니라, 논리적 예정론의 결정론적 체계를 또한 절단하고, 인간은 하나님의 은총과 부름에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하나님과 인간관계의 역학관계를 보여주려고 하였습니다.
즉, 하나님의 하향식 운동이 인간의 자연적 의지를 통한 상향식 운동과 마주쳐서, 인간은 구원을 이루기 위한 역사의 협력자가 되고, 아울러 구원에 필요한 도덕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웨슬리는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웨슬리적인 ‘신인 협력설(synergism)’은 구원의 과정에서 어떤 일들은 인간의 주도와 자유의지에 의하여 가능하고 어떤 일들은 신의 은총을 요구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인간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은 성령에 의하여 영감을 받는 것이며, 성령의 본성과 모순되지 않는 가운데, 개인의 완전화와 인류의 회복이라는 실천운동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올더스게이트(Aldersgate)에서의 신생체험은 그의 신앙에 일대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웨슬리는 의인(義認)이라는 복음을 통하여 인간을 노예상태에서 해방시키려는 하나님 아버지의 구속적 개입을 완성시키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들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일을 하시는 것이며, 그가 하시는 일만이 화해의 기초를 마련하여 주며, 자기-의인(self-justification)을 위한 인간의 모든 노력은 불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 웨슬리의 실천적 영성
웨슬리에 의하여 강조된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인(義認)은 그의 성화 개념에 있어서, 실천된 사랑과 연관됩니다. 웨슬리의 성화 사상은 칼빈적인 수동적 은총론에 기초하고 있지만, 의인화(義認化)를 의인화(義人化)로 발전시키듯이(imputation to impartation), 성화(聖化)도 성인화(聖人化)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imputed to impartedsanctification).
따라서 선행적 은총으로 회복된 자유의지에 의하여 의로운 행동과 거룩한 행동을 실천함으로써,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 즉 의로움과 거룩함을 회복할 수 있다고 웨슬리는 믿었으며, 따라서 웨슬리의 사회적 성화는 성육신적 요소로서 세속성으로부터 분리된 성결의 힘을 갖고 세속을 찾아가는 참여를 통하여 사랑의 적극적 행위를 실천에 옮겼습니다.
첫째, 웨슬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단지 자선의 대상이나 극빈자 구호의 수혜자들로 보지 않고, 이들의 비참한 상황을 제거하는 것을 참된 기독교적인 사명으로 강조하였습니다.
웨슬리는 영국 사회 내 불의의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해결하기 위하여 일반 대중의 의식 변화를 위하여 노력하였는데, 이러한 그의 행동은 철저히 기독교의 정신에서 나온 것으로서 하나님과 모든 인간을 향한 사랑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의 경제적 책임을 강조하여 재화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고, 사유재산이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관리하도록 주신 재화라는 각도에서 자신과 가족에게 필요한 것 이외에는 궁핍한 이들을 위하여 사용하도록 강조하였습니다.
둘째, 경제적인 불의에 대하여 웨슬리는 참혹한 현실에 대한 실례를 들어가면서, 항거와 동시에 다양한 조처들을 모색하는데, 이러한 웨슬리의 연구와 그 개선책은 비전문가의 의견으로서 비현실적인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는 정부나 국회 및 경제적으로 영향이 큰 그룹들에 대하여 변화를 계속 요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당시 영국 토리당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였던 웨슬리는 국가적 권력기구를 대표하는 이들로서, 왕과 각료, 그리고 의회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였으며, 이들은 국민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수행할 권한과 책임을 가졌다고 믿었으며, 특히 왕의 권리 중 경찰권과 조세권의 올바른 사용에 대하여 주장하였습니다.
셋째, 웨슬리의 노예제도 반대 운동은 당시 영국국교회와 대다수 회원들이 노예제도를 문제 삼지 않고 기층 사회의 질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작된 것입니다.
웨슬리는 1774년 저술한 『노예제도에 관한 생각』이라는 소책자에서 한 인간의 가치는 하나님께서 영원한 생명으로 창조하신 영혼 속에 있다고 확신하였으며, 따라서 하나님의 고상한 피조물들이 짐승과 같은 삶을 살도록 방치하며 조장하는 노예 소유와 그것을 정당화하는 불의한 행위를 하나님은 징벌로 다스릴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넷째, 웨슬리는 18세기 영국의 열악한 법률체계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부당한 법적 대우에 대하여 경악하고, 재소자들을 위한 구호활동을 펴게 됩니다.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로 하여금 어려운 운명을 견디어 내도록 도왔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보냄을 받았다는 자기의 사명을 이러한 재소자 구호 활동을 통하여 더욱 더 확신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웨슬리는 자신의 신앙운동을 통하여 영국 사회와 문화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으로 충분히 재인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자연적 은총으로서 인간 책임의 영역을 강조하였으며, 그 책임은 단순히 개인의 구원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으로 모두에 적용된다고 확신하였습니다.
웨슬리의 윤리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신성의 힘을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신성은 인간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추방하면서도 인간의 영혼과 영혼, 그리고 영혼과 신앙공동체에 기초한 감리교 공동체를 형성하는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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