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교연구(61) *
"설교자는 본문 세계에서 비추는 성경 세계에 참여하고, 하나님 나라와 그리스도의 복음을 경험하며, 이를 통해 본문성과 정경성의 총체적 소통행위를 설교에 반영함으로써, 결국 정경 속의 본문의 세계에 맞추어서 교회 공동체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말씀의 수종자가 되어야 한다." (김대혁 박사)
한국설교학회(회장:이승진 박사/합신대 교수)가 지난 6월 3일 오전 10시 부곡장로교회(담임:차장현 목사)에서 <현대설교학의 지속적인 쟁점들>이라는 주제로 제36회 봄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본문과 청중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본문성(Textuality)과 정경성(Canonicity)의 통합이 지니는 설교학적 함의'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대혁 박사(총신대)는 "설교자는 단순히 본문의 원리만을 뽑고 적용하는 두 단계의 원리화-상황화를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본문에서 정경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나아가 말씀을 듣게 될 현대 청중의 사회-문화적 유사한 상황과 연결할 수 있다. 이럴 때, 설교자의 원리화와 상황화는 본문과 정경의 통전적 원리를 제공하면서도, 과거의 정황적 중첩을 통하여 오늘날 청중들을 초대하여 자신의 삶의 정황을 현재화(전유)하도록 하는 상황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 박사는 다섯 가지의 설교적 함의들을 정리해 발표했다.
첫째, 과거 본문과 현대 청중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원리화와 상황화는 설교자 주도의 객관주의적인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통적 행위인 본문성과 정경성의 통합의 과정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
김 박사는 "설교자가 본문에서 보편적인 원리를 찾고 이를 현대 청중을 향한 상황화로 연결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본문과 청중 사이에서 원리화와 상황화의 신학화 과정은 본문성과 정경성의 조화와 통합의 관점 아래에서 더욱 세밀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특히 "말씀의 수종자인 설교자는 언제나 성경의 자증성과 충분성과 소통의 주도성을 인정하고, 본문과 정경이 원리화와 상황화의 기준과 준거가 되도록 하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설교자는 자기 포함의 해석을 통하여 성경 세계에 참여하여 언약의 텍스트가 지닌 변혁적 힘(말을 세상에 맞추거나, 세상을 말에 맞추는 쌍방의 방향성)을 따라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둘째, 신학화 과정에서 본문성과 정경성의 통합을 추구하는 설교자는 정경 속 본문의 내용만이 아니라 특정 정황에서 나온 기능도 함께 살피는 '설교학적 상호 텍스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실제 설교에 반영하는 길에 민감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김 박사는 "성경의 텍스트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설교를 위한 재료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하나님의 총체적 소통행위로 보아야 한다"라며 "실제 모세오경과 토라에 대한 이해 없이 선지자들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고, 성문서와 시편의 찬양과 비탄을 이해할 수 없다. 더 나아가 구약의 출애굽 사건과 선지자들의 예언들과 시편이 고백이 없이는 복음서를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기는 어렵고, 복음서에서 나오는 예수님의 인격과 사역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서신서를 이해하기 역부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설교자는 본문과 성경 전체를 통한 보편적 원리를 찾아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조형/형식과 기능적 측면에서도 상황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문성과 정경성을 통합하는 과정은 '설교적 상호텍스트성'의 지반 위에서 본문과 정경을 연결하며, 이것이 설교 소통의 내용, 형식, 목적에도 영향을 주도록 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셋째, 본문과 정경의 통합 아래에서 설교자의 원리화와 상황화의 과정은 원리-적용의 영역으로 구획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본문 세계를 통해서 이해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전체 성경의 맥락 속에서 청중을 향한 설득과 동기부여의 영역을 확보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
김 박사는 "성경의 세계에 청중을 초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설교자가 텍스트 속에서 오래 머무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설교자가 오늘날 청중에게 필요한 본문으로 급히 넘어가기 이전에, 텍스트 안으로 들어가서 과거 텍스트 앞에서는 과정과 더 나아가 본문 세계와 관련된 정경 세계를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설교자와 청중 모두는 성경의 말씀 세계가 주체가 되고 설교자와 청중이 대상이 되어 말씀이 비추는 세계를 이해하고 경험함으로써 우리의 세계가 하나님의 원하시는 세계로 교정되고 동경하고 사모하는 능동적 수동성이 필요하며, 이후 이 능동적 수동성은 자신이 원하는 세계가 아니라, 성경이 원하는 세계에서 의미와 추동력을 가지고 일상의 세계로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수동적 능동성로 나올 때, 성경에 의한 설득과 동기부여가 생겨난다"라고 덧붙였다.
넷째, 본문성과 정경성의 통합은 설교 구체적인 소통적 방법 전반에 영향을 주어 이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김 박사는 "본문의 소통의 세 요소(내용, 형식, 목적)가 설교의 소통적 요소로 반영될 때, 본문에서 발견한 소통의 요소들의 정경의 소통행위 안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민감해야 한다"라며 "한 본문을 중심으로 한 주제, 형식, 기능이 정경성에 따라 어떻게 설교에 반영될 수 있을지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특별히 원리화 모델에 대한 대표적 비판으로 자주 언급되는 성경 장르가 지닌 역사성과 문학성, 그리고 신학적 가치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본문이 비추는 장르적 문학적 특징들도 구속-언약적 흐름과 거대 드라마의 흐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본문의 정황과 현대의 유사한 정황을 살펴보는 상황화의 과정에서도 본문에서 비추고 정경 안에서 발견하는 유사한 주제와 명시적이거나 암시적 패턴, 그리고 유사한 정황적 맥락을 먼저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당부했다.
다섯째, 설교할 본문의 내용, 형식, 목적이 표층적으로는 설교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실제로는 그대로 넘어오지 못하고, 정경의 전체 이야기 흐름과의 조화와 통합 속에서 복합적으로 설교의 내용, 형식, 목적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것.
김 박사는 "본문의 내용은 정경 전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복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화와 통합을 이루도록 하면서, 하나님의 구속의 이야기의 정점인 그리스도의 복음과 통합된 설교의 내용으로 발전하게 된다"라며 "본문과 정경의 조화와 통합은 구속사의 주제적 연결 차원의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만이 아니라, 복음의 내용, 형식, 효과가 실제 설교와 성도의 삶을 해석하는 틀이자 성도들의 삶의 변화를 촉구하는 설교의 원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김 박사는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설교자는 본문 세계에서 비추는 성경 세계에 참여하고, 하나님 나라와 그리스도의 복음을 경험하며, 이를 통해 본문성과 정경성의 총체적 소통행위를 설교에 반영함으로써, 결국 정경 속의 본문의 세계에 맞추어서 교회 공동체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말씀의 수종자가 되어 간다"라며 "본문과 성경 전체의 세계를 통해서 청중의 세계를 변화시켜 나가는 신앙 고백이 설교 방법론으로 구체화되고 발전되어 가는 과정은 설교자 자신의 관점과 방법이 지닌 약점이나 모순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며, 텍스트에 의해서 담대하게 교정해 나가는 자세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설교학회 제36회 봄 정기학술대회에서는 △강해설교와 내러티브 설교의 이분법을 넘어서: 최근 북미현대설교학 동향을 중심으로(정재웅 박사/서울신대) △성육신적 설교를 위한 제언(오필록 박사/실천신대) △성경적 강해설교와 이미지 설교의 원리(이광재 박사/장신대) 등의 연구논문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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