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실천신학회(회장:민장배 박사, 성결대 교수)가 지난 9월 17일(토) 오전 10시 시냇가푸른교회(담임:신용백 목사)에서 제85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유튜브 실시간 공동중계로 진행된 이날 학술대회는 '메타버스 환경에서 실천신학적 과제'를 주제로 주원규 박사(한양대)와 조미나 박사(웨신대)가 연구논문을 발표했으며, 신용백 목사가 '사역 환경의 변화와 목회'라는 주제로 특별강연했다.
멀티버스 세계관,
기독교세계관과 교류 가능하다
'멀티버스 세계에서의 기독교 정신 구현을 위한 제언:문화예술생태계 재편을 중심으로'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한 주원규 박사는 "메타버스 세계가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관은 다분히 세속적 흔적을 넘어서 기독교적 흔적을 남기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멀티버스 세계관과 기독교 세계관의 상호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주 박사는 먼저 메타버스와 멀티버스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혹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며, 멀티버스 역시 메타버스와 연동해서 유추할 수 있는 것으로써 멀티버스라는 개념은 여러 우주 혹은 다중 우주를 뜻한다.
주 박사는 "천문학의 관점에서는 인류가 거주하는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가설이 있다. 이 가설에 따라 무수히 많은 우주를 multi + universe를 합쳐 멀티버스로 지칭한 것으로서 상상력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라며 "멀티버스는 재연의 대상과 스토리텔링이 하나의 엄존하는 세계의 평행라인을 넘어선 여러 세계의 동시 진행이 가능한 세계다. 이러한 멀티버스 아이디어는 가능한 세계에 관한 사유를 촉발하여 그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킨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 박사는 이미 상상력의 산물인 된 메타버스와 멀티버스 개념은 학문적인 확산을 넘어 경제적 측면에서 실물경제와 경제적 창출의 흐름 속에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멀티버스 세계관을 기독교 세계관과 연결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 <나니아 연대기>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니아 연대기와 멀티버스
주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나니아 연대기에 등장하는 7개의 이야기 구조는 이 땅에서의 삶을 하나의 여행, 이른바 나그네 여정으로 바라보는 기독교적 이해에 기초한다.
주 박사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위대한 사자 아슬란은 죽을 수밖에 없는 한 소년을 대신해 인질로 자신을 내어준다. 소년을 자유롭고, 더욱 주체적인 존재로 이끌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리며 "이와 같은 이야기는 기독교의 속죄, 죄에 대한 교리를 직접적으로 가르치진 않지만 속죄와 관련된 상상력에 도움을 주면서 기독교 정신의 씨앗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작품은 이미 성경적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이 작품에는 인류의 역사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과 선과 악의 세계 등과 같은 기독교에 대한 많은 진리가 묻어 있기 때문에 루이스의 성경적 상상력의 실마리를 기독교의 모티브와 연동할 수 있는 풍요로운 가능성, 즉 가능한 세계에 관한 인식에 눈을 뜨게 만들어준다는 것.
주 박사는 "나니아 연대기라는 스토리텔링에 참여하게 된 독자, 더 나아가 만약 이 이야기가 텍스트의 지평뿐만 아닌 애니메이션, 판타지 드라마, 게임 스토리텔링으로 확장한다면 이 기독교적 단서는 파편처럼 흩어지는 단서의 차원을 넘어서서 일종의 지속 가능한 기독교 세계관을 파생할 수 있게 할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지속 가능성이다. 기독교 세계관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에 지속 가능한 상호 침투와 상호 보완이 이뤄지게 한다는 의미로써의 지속 가능한 기독교 세계관의 출현에 있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기독교 정신,
파편화된 세계관을
지속 가능한 세계관으로 만들어준다
주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무엇보다 멀티버스는 이미 학문적 배경을 넘어 증권회사와 같은 기업의 실물경제를 비롯해 자본, 유희, 쾌락, 섹슈얼리티 등의 말초적 엔터테인먼트의 작용에서 소비되는 다양한 콘텐츠로도 활용되는 등 파편화된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주 박사는 "21세기 향후 실물경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을 메타버스와 그 메타버스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관통하는 핵심원리인 멀티버스 세계관이 단순히 파편화되고, 자본과 오락적 유희에 소비되는 일회성 재연이 아닌 실물로 주어진 삶이 되지 않도록 기독교 정신이 예수 정신의 신비를 동시 진행할 수 있는 거룩한 신성의 근거가 되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독교 정신은 메타 버스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지향할 수밖에 없는 지속 가능한 동시 진행의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지원 가능케 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론으로 봐야 할 것이다"라며 멀티버스 세계관과 기독교 세계관의 상호 교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주 박사는 " 멀티버스의 플랫폼은 그 구성요소가 상상과 허구에서 출발하지만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 선포(케리그마)가 이 상상과 허구의 틀거리 속으로 스며든다면 그 침투로 인해 멀티버스 세계관이 단순한 소비와 유희 이론으로서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교류의 가능성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즉, 상상과 허구의 이론의 패러다임을 스스로 내려놓거나 유보하는 방식으로 멀티버스 세계관 내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의 중심인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 선포가 치환될 수 있다는 것. 이미와 아직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은 상상과 허구, 현실과 가상, 세속과 하나님 나라 등 이원론적 두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하나님 나라의 말씀 선포가 그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 박사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영향을 받은 멀티버스 세계관은 두 세계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두 세계가 하나의 초점으로서의 예수 사랑의 슬로건을 선포하는 케리그마,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 현존에 관한 자기 확증과 나눔을 토대로 상호 교류하는 두 세계의 건강한 공존을 지속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세계관 출범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라며 "이는 결국, 궁극적으로는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세계에서의 선교, 하나님 나라 실현의 유의미하고 지속 가능한 메커니즘 구축에도 이바지하는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기독교 세계관,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에 스며들어야
특히 주 박사는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문화예술 생태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메타버스 생태계에서의 중심 구성요소인 가상세계에서의 나, 아바타의 예를 보더라도 또 다른 가상에서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표현 도구는 그 새로운 표현에의 갈망으로 인해 재구성되는 나를 둘러싼 또 하나의 세계, 곧 새로운 문화의 출범이며, 한층 갈망하는 새로운 문화 출범을 위한 과정의 동력에서 요구되는 심층 가치는 단연 예술이다"라고 설명했다.
주 박사의 설명에 으;하면 멀티버스에서 ‘나’라는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욕구는 기존의 주어진, 이른바 세속세계에 세뇌된 ‘나’를 답습하려 하지 않는다. 세속세계에서의 ‘나’는 타락한 ‘나’이기 때문이다. 이를 ‘나’의 타락의 경향을 건강한 자아로 상쇄하기 위한 한 열망, 곧 신앙 행위로써 바라본다면 멀티버스에서의 ‘나’를 향한 욕구는 욕구라는 코드가 가진 본능적 세속세계에서의 탐심 차원과 긍정적 거리 두기를 가능케 하는 완전히 새로운 나, 하지만 이 세속세계와 동시 진행되는 나를 열망케 하는 문화적 혁신을 가능케 하며, 또한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 박사는 "기독교 세계관은 멀티버스에서의 '나'에 대한 열망을 참된 새로움으로써의 '나'를 재연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독교 세계관은 현상계, 곧 세속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피상적인 윤리적 잣대 이상의 영적 가치로 진단하고 극복하도록 해준다"리며 "멀티버스에서의 나의 아바타가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 관한 책임의식을 희석하고 도피 기능으로서 작동하게 하는 부정적 개념에만 머물지 않도록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비윤리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성찰하고, 무신론적 가치관과도 열린 대화를 이뤄가는 등 멀티버스 세계관에 익숙해진 MZ 세대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변화되는 세상으로의 이동과 교류에 관한 보다 적극적인 목회적, 신학적 담론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가상공간에서의 아바타,
현실 자아 반영한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조미나 박사는 메타버스 가상공간의 아바타를 활용한 보다 실제적인 기독교 정체성 확립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한 기독교 정체성 탐구 활동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조미나 박사는 "아바타는 가상세계에만 존재하는 또 다른 인격이나 자아가 아니라, 현실 세계의 나를 반영하는 자아정체성이다"라며 "아바타에 관한 성찰은 기독교교육 현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함의이다. 특히 교회교육에서 학습자들의 연령이 대부분 10대인 것을 생각할 때 그들이 자신의 ‘부캐’로 생각하는 아바타에 관한 고찰은 교회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함의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공존하는 메타버스 세계에 대해 설명한 조 박사는 "교회의 신앙공동체를 구성하는 청소년과 청년 세대에게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은 이미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라며 "이러한 변화는 가상세계가 전도와 교육의 대상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상공간에서의 아바타의 정체성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독교적 아바타,
기독교 스토리텔링의 주인공
조 박사는 가상공간에서의 아바타 정체성은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자기의 이야기, 즉 기독교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아바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상공간에서의 아바타를 통한 기독교 정체성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박사는 "사람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스토리의 성격이 가진 몰입성 때문이다. 게임 참여자들은 게임 이야기 속의 캐릭터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서사를 이끌고 완성시키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즉,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하는 서사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완성하는 주요 요소로서 배경, 인물, 사건은 온라인 게임에서는 가상공간, 아바타, 게임의 세계관으로 대체된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상공간에서 기독교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조 박사는 가상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기독교 이야기는 단연코 성경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성경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기독교적 가치, 즉 기독교 세계관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인 창조, 타락, 구속의 서사로서 기독교적 자아정체성의 근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며 "메타버스 세계에서 아바타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투영하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교회는 아바타라는 가상 자아를 통해 정체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독교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아바타의 기독교적 효과
특히 조 박사는 성경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아바타 정체성의 기독교적 효과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성경 이야기 안에서 정의되는 아바타의 모습은 성경 속 인물과 시대적 동질감을 경험하게 하여 이야기 속 주인공의 상황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외모와 성격, 그리고 주인공이 처하는 위기 상황 모두 이야기의 극적 상상력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기 때문에 참여자들에게 성경 이야기 안으로 몰입하게 만든다는 것.
둘째, 아바타의 재해석 과정을 통해 성경 이야기를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나의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 성경 이야기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에 기록된 이야기를 현재 나의 삶으로 가져와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디지털 매체의 복합성은 기독교 교육적 상황에서 학습자에게 가상현실을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셋째, 아바타를 통해 기독교가 지향하는 자기애를 경험할 수 있다. 아바타 정체성 형성에서 표현되는 욕구는 자기애의 실현 욕구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나와 동일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독교적 자기애에서 나타나는 선순환적 구조는 자기애가 채워질수록 타자를 위한 이타주의로 가게끔 만든다.
기독교 스토리텔링이 있는
아바타를 만들어라
조 박사는 "오늘날 청소년들이 자신의 아바타 꾸미기를 통해 즐거움과 놀이의 성취감을 경험하고 있는 만큼 가상공간에서 아바타의 모습을 성경 인물로 꾸미는 것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를 활용해서 아마타 모델로 적용시킨 성경이야기 속 주인공인 베드로와 탕자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재 이미 활용되고 있는 상업적 앱을 이용한 성경 이야기의 접근성은 메타버스의 부재를 경험하는 다수 교회공동체의 교회교육 방안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베드로와 탕자의 모습과 이들에 대한 성경이야기는 현실 주체의 독창성과 상상력, 그리고 자기만족에서 나타나는 자유로움까지 아바타의 정체성 형성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어두운 밤 바닷가에 혼자 서 있는 베드로, 파도를 보고 무서워서 바닷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베드로,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을 건져준 예수님을 회상하는 베드로,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여유롭게 노는 탕자, 모든 것을 잃고 후회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탕자 등의 모습을 아타바로 상황에 맞도록 꾸며가면서 기독교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기독교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박사는 "메타버스 가상현실 공간은 인류에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공간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메타버스 역시 잠시 유행하였던 새로운 이슈로서 흔적만 남을 수 있다"라며 "중요한 것은 어떤 새로운 공간일지라도 그 안에서 실현되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구속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가상공간 역시 현실세계의 기대감이 존재하는 세계로서 기독교적 정체성이 아바타를 통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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