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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교육•윤리와 신학

디지털 교회론, 신학적 연구 필요하다

by 데오스앤로고스 2021.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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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연구(57) * 


 

 

한국기독교학회(회장:왕대일 박사)가 지난 10월 30일(토) '뉴노멀 시대 빛을 만나다'를 주제로 제50차 국제/국내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주제강연 및 회원 학회 발표 연구논문 중 일부를 선정해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제부터라도 한국교회는 ‘온라인 교회’ 혹은 ‘온라인 예배’에 대한 지나친 공포에서 벗어나서 성령께서 창조적으로 세워 가시는 디지털 교회의 실재를 탐구하기 위한 신학적 연구를 진지하게 전개해야 한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신학자들의 몫이다."

 

 

 

 

 

 

한국기독교윤리학회에서 '디지털 교회론의 실존적 재구성을 위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성석환 박사(장신대)의 주장이다.

 

성 박사는 "피터 필립스(Peter Phillips)는 ‘디지털 교회’의 현상적 연구보다 ‘디지털 신학’의 연구를 특화하고 있다"라며 "국내 신학자들은 팬데믹을 전후하여 디지털 가상공간에서의 예배나 온라인 교회의 의미를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시도를 진지하게 전개해왔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실존적 교회론의 고민
"디지털 종교, 가능할까?"

 

하지만 성 박사는 "온라인 공간을 대안적 신앙행위의 장으로 수용하는 것은 곧 디지털 가상공간에서의 실존(existence)의 양식을 연구하거나 디지털 현존(presence)의 실제성을 인정하는 것과 연관되는 것이다"라며 "또 디지털 가상공간의 신앙활동에 관한 진정성과 권위에 관한 질문은, 단순히 변화된 환경에 적응가능성 여부만를 묻는 것이 아니라, 종교개혁 이후 다시 교회의 존재양식과 개인의 종교성의 본질적 전환을 기도하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디어론과 문화론의 관점에서 디지털 현상을 분석한 캠벨(Heidi Campbell)은 ‘디지털 종교’는 온라인에서 행해지고 표현되는 것처럼 단순히 종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와 공간이 종교적인 관행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지적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통적인 교리신학 혹은 교조신학만으로는 응답할 수 없는 새로운 종교적 현실이 등장했음을 인지하고, 종교개혁처럼 기존의 종교체제에 대항하여 출현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일으킨 종교적 실존의 새로운 가능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론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따라서 ‘온라인 교회’, 혹은 ‘온라인 예배’의 진정성과 권위를 문제로 다루는 토론은 디지털 기술에 의해 가능해진 디지털 실존의 의미를 해명하는 논의와 병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실존, 인신론적 전환

 

 

특히 가상현실의 실존양식과 종교적 함의에 대해 다룬 성 박사는 "디지털 실존은 형이상학적 이원론에 근거하지 않고 전혀 다른 양식으로 존재의 가능성, 인식론적 전환을 제공한다"라며 "디지털 실존은 이원론적 세계관, 즉 ‘실재와 비실재’의 구분을 옅게 혹은 불가능하게 만들고 인간의 주체성 혹은 물리적 시공간의 권위 또한 보장하지 않는 만큼 디지털 교회론의 구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예배에 적응하는 교인

 

예배자, 신앙인의 실존이 디지털 환경에 의해 변화되고 있다면, 디지털 교회, 디지털 신학의 재구성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 성 박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교회들이 겪은 혼란은 전통적 교회의 존재양식을 유지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예배', '온라인 성례전' 등 많은 토론이 있었고, 결국 교인들은 '온라인 예배'의 효용과 방법에 적응해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즉, 이제 교인들은 '온라인 예배'가 임시적 방편이 아닌 또 다른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반면, 성 박사는 "교인들의 적응속도에 비해 신학적 연구와 목회적 적용은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교회, 무엇이 고민인가?

 

성 박사는 "디지털 환경의 변화를 신학적, 목회적 수용을 주저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디지털 시공간이 물리적 시공간과는 달리 신체적 참여와 공동체적 교제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두려움, 다시 말해서 ‘성례전적 교회론’의 붕괴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 박사는 "디지털 실존양식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디지털 교회론은 물리적, 제도적 교회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소통방식과 관계성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주장했다.

 

아바타와 메타버스 등 가상현실은 새로운 신앙의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한 성 박사는 "가상현실은 가상의 자아 혹은 가상의 공동체를 매개로 하는 디지털 실존양식을 통해 물리적 세계의 이원론적 주체성 논쟁을 소실시키고, 오히려 현존(presence)과 실존(existence)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톨릭 신학자 사라 맥밀렌(Sarah MacMillen)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가상현실은 ‘원본’의 진정성을 ‘지금-여기’의 장소성에 한정하는 일련의 물리적 원리들을 해체하고, ‘특정한 장소’에 한정된 ‘신성한 것(the sacred)’에 대한 경험을 디지털 가상현실의 공간 안에서 가상의 자아를 통해 체화(embodiment)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교회론, 세 가지 가능성

 

성 박사는 디지털 실존이 반영되는 디지털 교회론은 크게 세 가지 가능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디지털 실존에 대한 태도에 따라 디지털 온라인 교회의 역할을 오프라인 교회를 보완(supplement)하는 것으로 여기는 견해다.

 

둘째,  오프라인 교회와는 다른 대안적(alternative/substitute) 신앙양식으로 여기는 견해다.

 

셋째, 두 견해를 상호보완적으로 이해하려는 견해다.

 

 

성석환 박사가 한국기독교윤리학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줌 화면 갈무리)

 

 

디지털 교회론의 재구성

 

성 박사는 "디지털 교회론의 재구성의 장애물은 여전히 물리적 시공간의 교회와 교인과 공동체만을 ‘원본’으로 삼는 기독교플라톤적 이원론이라는 점에서, ‘보조’ 대 ‘대체’의 대결구도는 그 자체로 전통적 이원론의 반영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성 박사는 "그러나 하이디 캠벨과 소피아 오스틴(Sophia Osteen)은 ‘디지털 교회론’의 재구성을 위한 신학적이고도 목회적인 과제를 몇 가지로 정리하여 제시했다"라며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임시적으로 신앙생활을 수행하는 디지털 가상공간은 아직 전통적 교회론을 대체할 만큼 완전한 신앙경험을 보장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다가오는 디지털 교회의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실천의 문제다

 

전통적 교회론과 디지털 교회론의 두 흐름 속에서 어느 지향이 더 중요하며, 본질적이며, 신학적 정당성을 갖는지 따지는 논쟁에 힘을 지나치게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성 박사는 "디지털 교회론은 디지털 실존의 영향 아래서 새로운 종교적 실천과 경험들이 구축하는 가상공간의 신앙형식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실천의 문제가 가장 핵심적이다"라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이 종교를 위한 생산적 공간으로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우리는 온라인 참여와 상호작용으로부터 실제적인 의미를 생산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탐구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지금 한국교회는?

 

성 박사는 "한국교회는 ‘디지털 교회론’에 대한 보수적 태도로 인해 ‘온라인 처지’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팬데믹 사태 이후 강력한 목회적 필요에 따라 ‘온라인 처치’의 기능적 적용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며 "여전히 목회자나 신학자들이 디지털 실존을 인정하는 것에 소극적이고, ‘디지털 교회론’의 구축에 대해 비판적이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회의 고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선교적 실천에 있어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보이는 교회, 보이지 않는 교회
"논쟁은 비본질적이다"

 

성 박사는 "디지털 실존의 ‘편재성’이 확보되는 가상공간에서 개신교의 경우 적어도 ‘보이는 교회’로서의 교회론은 지역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스 큉(Hans Küng)의 발언을 아래와 같이 인용했다.

 

“신자의 공동체는 개개 신자와 마찬가지로 세계에 봉사하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 속에, 즉 보이는 교회로서 존재해야 하고, 실제적 교회는 “보이는 것 속에서 신앙되는 교회, 보이는 것 속에서 보이지 않는 교회이다.”

 

이어 "'보이는 교회'와 '보이지 않는 교회'에 대한 논쟁은 한스 큉에게 비본질적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교회론이 그가 주장하는 교회의 ‘지역성’을 ‘디지털공간’의 실존양식으로 전환하는 것의 신학적 명분은 확보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이는 교회’와 ‘보이지 않는 교회’의 통합적 실존이 오히려 가능해진다"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교회의 실존양식

 

성 박사는 "예수가 전한 ‘하나님의 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는>(눅 17:21) 나라이다. 그렇다면 가상현실이 ‘여기’와 ‘저기’의 ‘장소성’을 우선하는 물리적 세계의 이원론적 체계를 극복하고, 비장소적 관계성인 ‘너희 안’으로 현실화하는 강력한 실존양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디지털 교회론은 바로 이 실천적이며 선교적 요청에 따라 구성되어야 하고, 그 실체는 디지털 실존양식으로 체화되어야 한다는 것.

 

 

신학자들의 역할이 우선

 

성 박사는 "이제는 종교개혁신학적 관점으로부터 디지털 실존적 관점으로 신학용어의 변경 및 개념 전환을 시도하고, 시공간의 차이에 근거한 신앙경험을 넘어 시공간의 차이를 무력화하는 ‘존재의 편재성’과 ‘초월성의 현재화’를 디지털 신학의 구축에 반영하는 시도가 요청된다"라고 피력했다.

 

특히 "이제부터라도 한국교회는 ‘온라인 교회’ 혹은 ‘온라인 예배’에 대한 지나친 공포에서 벗어나서 성령께서 창조적으로 세워 가시는 디지털 교회의 실재를 탐구하기 위한 신학적 연구를 진지하게 전개해야 한다"라며 신학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직 한국에는 ‘디지털 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교회론’의 신학적 논의가 진지하게 전개되어야, 그것이 ‘처치 온라인’의 형태이든 ‘온라인 처치’의 형태이든 목회현장의 목회자들이 두려움 없이 창조적인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성 박사는 "제도적 교회의 한계와 개교회주의의 경쟁에 빠져 도덕적, 선교적인 위기에 봉착한 한국교회가 새로운 ‘하나님의 선교’의 디지털 실존양식에 새롭게 참여하여 팬데믹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오히려 가상공간에서 본질적 신앙공동체로의 회복을 위한 여정에 나서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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