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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계&목회정보

[시대정신1] 공정이란 무엇인가?

by 데오스앤로고스 2021.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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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있는 규칙의 적용이 공정이다."

 

"‘반칙 없는 사회’, 그리고 반칙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적절한 제재가 가해지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

 

"‘차별 없이 법이 집행되고 적용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고, 이러한 법의 집행과 적용 과정에서 ‘부패나 연고주의로 오염되지 않는 결정이 지배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할 것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20대 대선의 시대정신을 묻는다'는 주제로 세 차례 특별포럼을 마련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유튜브(기독교윤리실천운동 - 기윤실 - YouTube)로 첫번째 포럼(주제:공정, 그 너머 우리 시대의 담론)을 진행했다. 

 

이날 공정과 관련해서 발표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인 이준일 박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공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내용을 정리했다. 발표문은 기윤실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발제문] 특별포럼 : 20대 대선의 시대정신을 묻는다_1차(9/30)

자료집 정보 기윤실 특별포럼 : 20대 대선의 시대정신을 묻는다 1차 포럼  “공정, 그 너머 우리 시대의 담론을 묻다.” – 이준일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

cemk.org

 

 

사진출처:기윤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공정이란 무엇인가?"

 

이준일 박사는 "특정한 사회에는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을 지도하는 다양한 규칙(원칙/규범)들이 존재한다. 공정은 이러한 규칙들의 집행과 적용을 지배하는 원리로 작동해야 한다"라며 "규칙의 공정한 집행과 적용은 기본적으로 미리 합의를 통해 정해진 경우를 제외하고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는 ‘예외의 불인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칙에 예정되지 않은 예외를 수시로 인정하는 것은 새치기와 반칙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으로 불공정의 전형이다"라며 "결국 ‘반칙 없는 사회’, 그리고 반칙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적절한 제재가 가해지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차별 없이 법이 집행되고 적용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고, 이러한 법의 집행과 적용 과정에서 ‘부패나 연고주의로 오염되지 않는 결정이 지배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라고 피력했다.

 

 

 

 

 

 

선착순은 공정한가?

 

이 박사는 "일상에서 매우 익숙한 선착순은 공정의 최소한으로 여겨진다. ‘먼저 온 순서대로 원하는 일을 처리하는 것(first come, first served)’이야말로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은행이나 병원의 창구에서 사용되는 ‘번호표’가 대표적이다. 번호표는 ‘줄서기’의 세련된 형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착순은 일찍 온 행위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그렇게 일찍 온 사람의 ‘노력’을 평가해준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반면, 노력과 성실이 항상 ‘성과’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예를 든다면 학생이 학교에 일찍 오거나 빠지지 않고 온다고 해도 정작 와서 졸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설령 졸지 않고 집중했다고 해도 그것이 곧바로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노력이나 성실을 기준으로 먼저 오거나 빠지지 않고 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중에 오더라도, 몇 번은 빠지더라도 혹은 와서 졸더라도 기대하는 성과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개근상보다 중요한 것은 결석이나 지각을 많이 해도 ‘우등상’을 받는 것일 수 있다. 양자택일적 결론을 피하고 절충적 타협점을 찾는 것이 비겁할 수도 있으나 적어도 이 지점에서는 노력이나 성실과 함께 성과나 결과가 동반되어 평가되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새치기

 

이 박사는 "줄서기나 번호표로 요약되는 선착순 체제에서 가장 해악이 되는 행동은 ‘새치기’다"라며 "노력과 성실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어도 노력과 성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선착순이 여전히 공정으로서 가지는 최소한의 의미를 고려할 때 새치기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하고, 새치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적절한 사회적 제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칙이 불공정이라면 모든 반칙행위는 반드시 단속되어 합당한 제재가 가해져야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라며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것은 공정한 사회에서 멀어졌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선착순은 정원제한이나 인원 제한과 같은 ‘숫자 제한’과 결합되어 무한경쟁을 유도한다 ... 일정한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을 합격시켜야 하는 시험의 경우에 선착순은 가혹하고 심지어 불공정하기까지 하다.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단지 일정한 숫자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시험에 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는 불가피하게 숫자를 제한해야 해서 선착순을 기본으로 하는 시험과, 능력이나 자격만 충족되면 숫자와 상관없이 합격시키는 시험을 구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불필요한 경쟁을 만들지 않는 사회다."

 

 

추첨제

 

이 박사는 "선착순을 대체하는 제도로 고안된 것이 ‘추첨제’다. 일단 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 한 통에 집어넣고 일정한 방식으로 당첨자를 골라내는 추첨을 실시하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모든 결정을 우연에 맡기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결정을 추첨에 따라 실시하는 것은 실제로 필요한 사람, 현실적으로 급하게 필요한 사람, 얻기 위해 간절함으로 노력한 사람, 충분히 적절한 자격을 갖춘 사람과 같은 구체적인 타당성을 배제함으로써 매우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추첨으로 결정하여 우연에 맡기자는 것은 공정한 사회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는 ‘비관주의’에 근거하거나 단지 공정한 사회의 실현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포기하는 ‘철학적 게으름’일 수 있다."

 

 

 

 

 

다수결

 

이 박사는 "다수결은 다수의 결정이 소수의 결정보다 옳다거나 선하다는 것도 널리 퍼져 있는 생각 중 하나다. 심지어 이러한 다수결 원리는 보편적 정치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내용으로 간주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적으로 혹은 결과적으로 보면 항상 다수의 결정이 옳거나 선한 것은 아니었다. 다수결은 오로지 다수라는 숫자적 결과에만 주목하고 거기에 이르는 과정은 무시될 수 있으므로 다수의 결정도 비이성적 결정으로 틀릴 수 있고 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수의 의사보다 소수의 의사를 우선시키면 자칫 소수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수의 이해관계가 결정됨으로써 다수가 피해를 보는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만장일치제

 

이 박사는 "다수결을 대체할 수 있는 제도는 ‘만장일치’다. 모두가 동의하는 결정만 전체의 결정으로 삼는 것이다. 교황선출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만 인정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동의하여 아무런 이의도 없이 합의할 수 있는 결정만이 공정하다는 주장은 오히려 공정이라는 이름의 비현실을 강요하고 결과적으로 실현 가능한 공정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일 수 있다. 결국 만장일치가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관철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다수결은 공정을 위한 ‘차선’이다."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

 

이 박사는 "출발 조건이 다르고, 진행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기회의 평등이 반드시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기회의 평등이 곧바로 결과의 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출발조건의 차이’ 때문이다 ...  한국 사회에서 흔히 ‘금수저’ 또는 ‘흙수저’로 표현되는 부(富)의 대물림 혹은 빈곤의 대물림을 억제하는 것도 단순히 경제적 약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진정시키는 것을 넘어 기회의 평등을 지나 결과의 평등에까지 이르는 공정한 사회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경쟁과 배려

 

이 박사는 "자본주의의 핵심적 가치인 시장경제질서는 ‘경쟁’을 기본원리로 삼는다. 모두가 잘 사는 발전된 사회를 위하여 어느 정도의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경쟁이 공정한 사회의 필수적 조건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공정한 경쟁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규칙은 오로지 ‘실력’에 따라서만 순위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규칙이지만 입시비리나 채용비리 또는 인사비리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가자의 실력 외에 부정한 청탁이나 특혜 또는 인맥이 작동하는 순간 불공정한 경쟁이 시작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치열한 경쟁의 과정에서는 오로지 능력이 있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에 대한 ‘배려’는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간다운 공동체’를 위하여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도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이 박사는 "특히 ‘연고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지연(고향), 학연(학교), 사회적 인연(직장, 군대 등)에 따라 공무원의 결정이 왜곡되기 일쑤다"라며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결국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서 국가권력(권한)을 실제로 행사하는 공무원의 부패를 막고 연고주의의 거미줄을 끊어내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만 공정한 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발표하고 있는 이준일 박사

 

 

일관성 있는 규칙의 적용
"이것이 공정이다"

 

이 박사는 "공정은 규칙들의 집행과 적용을 지배하는 원리로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반칙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적절한 제재가 가해지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라며 "누구에게나 동일한 규칙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일관성’도 공정의 척도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악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보다 더 악한 것은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다. 대상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 특히 자신이 속한 진영의 논리에 따라 사안마다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불공정한 것이다"라며 "‘편파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사회’, 편파적인 시각으로 사람과 세상을 평가하지 않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라고 피력했다.

 

한편, 오는 10월 14일 오후 7시에 특별포럼 두 번째로 '사회통합-공공선과 신뢰의 회복'을 주제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재열 박사가 발제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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