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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화평케 하는 자’로서 하나님 나라 평화신학 정립

by 데오스앤로고스 201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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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와 한반도 평화 / 이문식 목사(산울교회 담임, 남북나눔운동 사무처장)

 

한국교회의 양대 이데올로기…사회주의와 반공주의 초월해야
한반도 평화정책의 선결과제는 ‘핵 평화주의’… 동북아 평화가 우선

 

“한국사회와 교회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이념논쟁은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더 깊이 고착시킬 뿐만 아니라 남남 갈등을 더욱 거세게 불러일으켜 남한사회 내부의 분열을 가속시키고 있다.”

이문식 목사는 “한국 교회는 점점 더 깊어지는 이데올로기적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극복해야 할 긴급한 선교적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내부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교회는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안 중의 현안은 바로 이념논쟁에 대한 신학적 정돈”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이데올로기는 철학이 ‘비판’보다는 ‘헌신’을 요구하는 자리로 올라섰을 때 나오는 것으로써 일종의 ‘철학의 종교학 현상’이다. 그래서 화란의 기독교 철학자 하웃즈바르트(B. Coudzwaard)는 ‘이데올로기는 종교의 대체물이며, 그 시작부터 마귀적인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이데올로기에 대해 절대적인 가치와 힘을 부여하기를 거부해야 하며, 하나님의 말씀, 곧 복음으로 그 가치를 상대화시키는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발표내용 중에서

1. (사회주의와 반공주의라는 양대 이데올로기의 극복) 한국 교회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와 조우를 시작한 것은 3.1운동 이후였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초대 교회의 청년들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았다. 초기 사회주의자들은 1925년 조선 공산당을 결성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개신교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이들은 ‘반 기독교 대강연회’를 개최하거나 12월 25일 ‘반 기독교의 날’로 정하는 등 노골적으로 반 기독교운동을 전개했다.

 

2. 이후 기독교와 사회주의 사이에는 더욱 첨예한 갈등이 시작됐다. 그 결과 1930년 기독교 지도자였던 길선주 목사는 공산주의자들을 ‘말세의 징조’, 혹은 ‘사탄’으로 규정하는 설교를 했다. 그리고 1932년 장로교와 감리교의 연합기구인 ‘조선 예수교 연합 공의회’가 채택한 사회 신조는 ‘일체의 유물교육, 유물사상, 계급적 투쟁, 혁명수단에 의한 사회 개조와 변증적 탄압에 반대한다’고 하는 조항을 명기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노선을 채택했다.

 

3. 그러나 본격적인 반공주의의 단초는 북한에 김일성 정권이 출현하여 친일 세력의 청산과 농지 개혁을 통한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생겨났다. 주로 토지 개혁으로 자신들의 물적 기반을 빼앗기고 신앙 활동의 자유마저도 잃게 된 이북 기독교인들이 윤하영 목사와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기독교 사회 민주당’을결성하여 저항하다가 결국 와해되고, 대거 월남한 이후에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남한 단독 정부인 이승만 정권이 자신의 취약한 정권의 기반을 강화하고, 민족주의 진영을 견제하기 위하여 먼저 과거 친일 세력을 본격적으로 정부 내에 수용하였고, 또 당시의 전후 냉전 체제의 편성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편입키로 국가 정책을 수립하였다. 그러자 이미 월남한 이북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이승만 정권을 전폭 지지하며 반공의식을 깊이 내면화시키기 시작하였다. 특히 ‘한국 전쟁’의 발발은 공산주의에 대한 남한 기독교의 적대적 태도와 증오심을 더욱 부채질하였다.

 

 

4. 북한 공산주의와의 타협을 반대하는 한국 교회의 신학적 입장은 ‘사탄론’으로 요약된다. 그들은 공산주의를 “설복될 수 없는 마귀”, “영구히 회개할 수 없는 마귀”로 단죄하였으며, 요한계시록의 ‘붉은 말’을 탄 자나 ‘적그리스도’(Anti-Christ)와 동일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한국교회의 반공의식은 공산주의 이론에 대한 철학적 학습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피부에 찔린 총검’에서, 그리고 “눈앞에서 목도한 살상과 동족 간의 불신”에서 체험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상처와 체험은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를 ‘정치적, 시대적 증오’가 아니라 일종의 ‘종말론적 증오’로 영화(Spritualization)시켰다.

 

5. 한국 교회의 반공주의는 월남 기독교인들에 의해 더욱 강화되고 고착되었다. 일제하 개신교는 서북 지방에 교세가 편중되어 있었는데 한국 전쟁을 전후하여 개신교인의 1/3정도가 월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공산당의 탄압을 직접 체험하였기 때문에 반공 의식이 어느 사회 집단보다 강렬했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 교회에서 공고한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반공주의는 더욱 강화되었다.

 

6. 전쟁 이후 미국은 막대한 원조 물자를 한국에 제공하였는데 민간 부분의 원조는 거의 대부분 교회를 통해 이루어졌다. 미국 장로교 해외 선교부는 1950년부터 1954년까지 약 180만 달러, 미국 연합 감리교회는 160만 달러를 각각 모금하여 한국 교회에 제공하였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 만난 사람’이 한국 교회라면, 그를 도와준 ‘선한 사마리아 사람’은 바로 미국 교회였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 기독교는 한국 전쟁을 전후하여 반공, 친미 의식을 깊이 내재화시키고, 그 정서를 지난 50년간 유지해 온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반미’, ‘주한미군 철수’같은 진보 진영의 구호에 한국 기독교가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이제 한국사회 속에서 매해 3.1절 구국대회 같은 반공 집회를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7. 지난 50년간의 독특한 냉전적 상황에서 한국 보수 기독교는 반공주의를 거의 신앙의 수준으로까지 내면화시켜 왔다. 그런데 지난 90년대의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시작된 새로운 냉전 해체 상황과, 그로 말미암은 민족주의의 부활에 따른 변화, 즉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남북 재통합논의는 한국 보수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지극히 적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상황인 것이다. 한국 보수 기독교는 「평화 통일」보다는 「멸공 통일」에 더 익숙하고, 「평화공존」보다는 「흡수 통일」을 더 선호하며, 「화해 협력」보다는 「고립 붕괴」를 무의식적으로 희망하는 경향을 갖는 「전투적 유신론에 입각한 기독교 승리주의」, 「힘에 의한 통일론」, 혹은 「증오의 영성」에 더 깊이 고착되어 있는 것이다.

 

 

8. 이제 우리 한국교회는 한국 전쟁이라는 과거의 특수 경험에 기초한 냉전시대의 극단적인 반공 이데올로기를 점차 상대화시켜야 할 변화의 시점에 와 있다. 역사적 증오를 종말론적 증오로까지 끌어 올렸던 과거의 극우적 신앙에서, 점차 새로이 전개되는 민족 재통합의 역사적 과정에서, 새롭게 민족 화해의 신앙으로 변화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국 기독교가 과거의 역사 경험을 아가페의 복음으로 초월적으로 극복하여 새 시대에 맞는 새 부대를 갖춘 공동체로 거듭남으로써 민족 화해와 통일 한국의 새 시대를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9. (하나님 나라의 평화신학 정착) 평화의 정신이 우선되어야 한다. 과언 성경은 우리의 기도의 최고 우선순위가 정말 통일이라고 말하는 있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주님은 우리로 하여금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하셨다. 즉, 민족의 통일보다도 하나님의 통치가 기도의 우선순위여야 하며, 이것이 먼저 실현돼 갈 때, 지상의 모든 필요, 사회와 정치, 경제적인 욕구들, 심지어 통일까지도 더하여 주신다고 하였다. 즉, 하나님의 다스림이 우리들의 삶 속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10. 통일은 우리의 노력이나 애씀, 혹은 공로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로 주어지는 ‘선물’인 것을 우리는 다시 되새겨야 한다. 우리는 통일이 어떤 특정 정파의 노력과 공로의 결과로 주어진다고 하는 소종파적 인식보다도 하나님의 선물로서의 통일을 구하는 대승적 겸손이 일관되게 필요한 것이다.

 

11. 하나님의 통치의 결과는 ‘샬롬’이라는 역동적인 상태로 나타난다. 이 평화는 ‘힘의 평화’도 아니요, ‘불의의 평화’도 아니다. 힘 대신에 사랑, 불의 대신에 공의가 함께 조화된 하나님의 평화, 샬롬인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의 우선순위가 통일이 아니라 샬롬이라는 사실을 볼 때, 우리는 통일보다는 먼저 평화를 이루는 자로 하나님과 민족 앞에 서야 한다.

 

12. 통일의 정신이 평화이어야 하고, 통일의 과정이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름의 가치와 체제를 존중해주며, 상호 공존, 공영의 길로 나아가는 평화의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의 결과가 민족 내부의 화해와 평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국제 사회의 평화질서 정착에 기여하는 것으로 드러날 때, 우리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한반도 평화’, 즉, 하나님 나라의 평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 과정은 오직 정의를 향한 개혁과 평화를 향한 개방을 실현하는 하나님의 샬롬의 실현 과정이어야만 한다.

 

13. 한국 교회는 ‘화평케 하는 자’로 부르심을 받았다.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남북사이의 군사적 대치와 이념적 갈등, 자본주의 문화와 사회주의 문화의 삶의 방식의 이질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원수까지도 용서하는 사랑의 정신을 가지고 서로의 인간성 속애 내재해 있는 하나님의 형상의 동질성을 찾아내고, 한민족으로서의 문화적 동질성을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사로가 원수가 아니라 이웃이요, 형제라는 하나됨의 정신을 풍성하게 해 민족 동질성 회복 과정과 한민족 공동체 회복 과정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14. (한반도 평화정책의 선결과제-핵 평화주의)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면 무고한 시민과 태어나지 않는 생명, 그리고 생태계까지 그 피해는 엄청나기에 핵전쟁은 모두 피해자와 패자가 될 뿐이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현 시점에서 ‘북한 핵의 폐기’를 위해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핵 폐기’, 더 나아가 ‘전 지구촌의 핵 폐기’를 위해 기도하며 애써야 하는 것이다.

 

 

15.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한반도 통일의 선결과제로서 국제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기 때문에 미리 핵 평화주의 입장에 근거해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 통일정책을 세움으로써 주변주변 강대국들로부터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6.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여 남북이 상호 협력하지 못하고, 신 냉전체제가 구축된다면 동북아 경제 공동체는 한낱 꿈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한국 교회는 하나님 앞에 한반도 통일보다 먼저 동북아 지역에서 이루어질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써 ‘하나님의 평화’가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동북아 평화 정착은 ‘동북아 경제성장’보다 더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우리 그리스도인의 핵심가치다. ‘동북아 평화’ 없이 동북아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주지해야 한다.

 

17. 따라서 한국 교회는 ‘한반도 평화’야말로 동북아 시대를 여는 결정적인 열쇠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동시에 한반도 평화가 한국이 동북아 경제권에서 동북아 중추국가로 가능하게 하는데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18. 하나님의 나라가 한반도에서 하나님 나라의 평화로 열매 맺을 때, 이 평화 한국은 동북아 평화, 세계 평화의 기초가 돼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되게 하는 도구로 쓰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이를 위해 우리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샬롬’의 정신으로 ‘종교 교류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며, ‘민족 동질성 회복 과정’에 깊이 기여하고, 적극적 인도주의와 아가페 정신의 실천으로 정부 당사자의 정권 이기주의와 민족주의적 편협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한민족 공동체 형성’, 더 나아가 ‘동북아 평화 공동체 실현’에 힘써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구해야 할 하나님 나라의 비전이다.

 

* 위 내용은 한반도평화연구원이 지난 2013년 6월17일 명동 청어람에서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을 주제로 개최한 ‘제38회 KPI평화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에서 일부 발췌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단체에 문의하면 된다.

 

이문식, “하나님 나라와 한반도 평화”, 한반도평화연구원, 2013년 6월 17일, 서울: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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