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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통일비용, 경제적 관점 아닌 ‘사람의 문제’로 전환

by 데오스앤로고스 201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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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통일비용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 윤덕룡 박사(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독일의 통일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에서는 통일이 민족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로 인식되는 경험을 하게 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통일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윤덕룡 박사는 “통일에 대한 남한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진 것은 독일통일 이후에 나타난 일이다.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서독주민들이 통일비용을 지불하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며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면서 통일을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수가 계속해서 감소한다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통일비용이 들지 않거나 이득이 되어야 통일을 수용한다는 생각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통일문제가 비용-편익의 문제로 단순 치환되면서 통일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돈의 문제’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주민의 자유와 인권의 회복, 압제와 억압으로부터 인간성의 회복, 민족공동체의 회복과 같은 ‘사람의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거나 낭만적인 견해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통일이 남한 사람들의 ‘부자되기 프로젝트’ 정도로 취급되는 사회적 풍조가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박사는 “더 늦기 전에 통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세속적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 일에 교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 세속적 가치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교회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발표내용 중에서

1. 통일비용이란 남북한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완성하기까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남북 간 경제공동체를 완성했다고 판단하는 시점은 북한주민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남한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어지는 때를 의미한다. 즉, 북한주민들이 더 높은 소득을 위해 남한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되면 경제통합이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주민들의 임금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북한 지역의 생산성과 북한주민들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지역에 인프라 건설 등 다양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북한주민들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2. 통일비용은 투자비용(북한주민 소득이 남한주민 소득의 60%가 될 때까지 필요한 총 투자 자본량)+사회보장비용(북한주민의 생존보장 및 인구이동을 막기 위해 소요되는 총 비용)+제도적 통합비용(남북한 간 서로 다른 제도의 통합을 위해 소요되는 일회적 비용)이 골자를 이룬다. 통일비용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통일초기에 부담을 야기하는 비용은 투자비용이다. 투자비용은 북한지역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요구되는 비용이다. 생산성을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임금수준이다.

 

3. 많은 연구자들이 통일비용을 추정하고 계산방식도 다양하게 적용해왔지만 사실상 대부분 투자비용만을 산정했다. 그러나 독일이 통일 이후 10년간 지출한 통일비용의 지출항목을 보면 동독지역 경제건설을 위한 투자비용과 동독지역 주민들에게 지출한 사회보장비용은 거의 같은 규모를 보였다. 사회보장비용의 지출규모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통일이후 발생하게 될 북한지역 내 실업률, 인구구조 등을 모두 추정해야 하므로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4. 현재 남북 간 생산성 격차를 고려할 때, 상당수의 북한주민들이 통일이후 사회보장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보장비용으로 지출될 통일비용의 비중이 높을수록 생산을 위한 투자비용이 아니라 지출을 위한 소득지원이 증가하는 것이므로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회보장지출을 위한 통일비용은 통일 후 북한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복지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보장하기 위한 비용이고, 남한 주민들과 동일한 민족공동체 구성원임을 확인하는 통일유지 비용이기도 하기 때문에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은 수준에서 보장수준을 최대한 높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5. (통일편익의 개념과 추정 규모)남북한 간 통일문제가 지나치게 통일비용에 집중되는 경향에 대해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통일의 편익에 대한 논의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통일편익은 북한지역에 대한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경기 활성화 효과와 분단비용을 절약하게 되어 발생하는 이득이다. 그 중에서 분단비용의 절약효과로는 국방비의 절약과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국가신용도 제고 효과를 대표적인 편익으로 계산하고 있다. 직접적인 통일편익은 통일초기부터 발생하게 될 편익이다.따라서 통일비용으로 인한 부담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6. 첫째, 투자유발효과다. 대북투자에 따른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통일비용으로 산정된 통일비용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다. 통일이 되면 투자주체는 남한기업들이 될 것이므로 남한의 투자유발계수를 고려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7. 둘째, 분단비용의 절감효과가 가장 분명한 것은 국방비 절감이다. 2012년도 남한의 국방비는 GDP대비 2.6% 증가했다. 독일의 경우 통일 전 서독의 국방비는 GDP의 2.5%였다가 10년 후 1.5%까지 감소했다. 한국도 유사한 수준으로 감소한다면 적어도 매년 GDP의 1% 정도에 달하는 국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8. 셋째, 분단비용의 절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요소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국가리스크 감소로 인한 이자율하락 효과다. 한국은 북한문제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할 경우 선진국 평균 수준보다 평균 20bp가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통일이 되면 한국의 국가리스크에 반영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추가 이자분을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9. 이 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한의 2,2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증가함으로 노동인력의 증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이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광물자원도 중요한 경제적 편익요인이다. 토지의 확대에 따른 편익도 기대된다. 북한이 산악지대가 많기는 하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관광자원이나 특수작물재배 등을 위해서도 활용할 수 있다. 대륙과의 육로연결도 편익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육로로 연결되면 교통 및 수송비의 절감 등 편익이 단기간 내로 발생할 수 있다.

 

10. (통일비용과 편익추정의 특징과 영향) 통일비용이나 통일편익의 추정은 여전히 수많은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규모를 추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첫째 통일비용과 편익은 통합과정에서 결정되는 조건이나 경제주체들의 행태변화에 따라 가변적이 될 수 있다. 둘째, 통일비용에 투자비용만을 포함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사회보장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셋째, 편익의 발생과정에서 나타나게 될 고용효과나 사회적 이득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어서 실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넷째, 비용과 편익은 모두 통일과정에서 시행되는 정책방향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섯째, 통일비용은 한시적이지만 편익은 영원히 누릴 수 있으므로 절대 금액으로 계산하면 무한대가 된다. 따라서 통일비용 문제는 통일세대의 문제다.

 

11. 통일비용과 통일편익을 규모면에서 비교하면 편익이 압도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한주민들의 우려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첫째, 통일비용의 부담과 통일편익의 발생시점 간 격차 때문이다. 통일비용은 통일시점의 세대가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비용부담자와 편익수혜자가 불일치 현상이 존재한다. 독일의 경우 동서독 지역 간 격차가 거의 사라지는데 20여 년이 걸렸다. 즉, 정확히 한 세대가 지나면 더 이상 통일비용은 발생하지 않고 편익만 누리게 되므로 세대 간 불일치 현상이 발생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을 각오하지 않는 한 통일비용은 당대의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12. 둘째, 통일비용 부담은 전 국민이 되지만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직접적 통일편익의 수혜자는 기업집단을 비롯한 일부계층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여러 가지 비용을 감당해야 하지만 기업들은 북한에 대한 투자로 경기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투자로 인한 이득을 누리게 된다. 또한 북한지역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대북투자를 위한 특혜융자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13. 셋째, 북한지역 주민들의 생계지원을 위한 세금부담이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독일사례를 보면 통일초기에 동독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실업자가 되고 사회보장제도로 일없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서독의 많은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했었다. 또한 통일초기에 사회주의적 사상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동독주민들과 서독지역 기업들 간 갈등도 발생했다. 현재 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미 경제적으로 한계에 처해 있어서 추가적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14. 통일비용 논의가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통일문제를 돈의 문제로 치환했다는 것이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통일은 사람의 문제, 민족의 문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독일은 오히려 경제통합을 정치적 통합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통일비용이 높아지게 만드는 정책적 선택을 의도적으로 했다. 하지만 한국의 통일논의에는 사람이 사라지고 돈과 경제가 중심이 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15. (통일비용의 기독교적 이해)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주민들이 비용부담을 수용하고 통일에 동의하거나 선택하지 않으면 통일을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사회가 통일을 바라보는 기준이 경제적 비용과 편익에 집중돼 있는 현재의 논의구조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통일은 노예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문제라는 점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즉, 통일은 ‘사람에 관한 일’이라는 점에 주목하게 해야 한다.

 

 

16. 그러나 한국의 통일논의에서 기독교인들도 일반 대중들과 다른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일을 경제의 문제로 보고, 수익자부담원칙의 논리적 고리에서 스스로를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전환해야 하며, 그 시작을 기독교인과 교회가 앞장설 필요가 있다. 이웃을 위해 자기이득을 희생할 수 있도록 교회는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17. 이웃을 위한 자기희생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예수님 자신도 죄인들을 위해 희생제물이 되었다. 그의 가르침과 실천의 핵심이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한 인간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에 대한 거부감이 자라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통일을 위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18. 첫째, 통일논의의 초점을 경제적 비용중심에서 사람의 문제, 인도주의적 문제, 윤리적 문제 등으로 그 프레임을 전환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통일을 경제적 수익사업 정도로 생각하는 이기적 논리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굶주림과 가난으로 생사의 기로에 있는 북한 주민들을 두고, 경제적 타산에만 정신이 팔린 비윤리적 논의구조를 바꾸는데 교회가 나서야 한다.

 

19. 둘째, 통일비용을 크리스천이 앞장서서 내겠다는 결단과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통일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교회가 먼저 통일비용 부담에 지원하고 나서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통일시 ‘십일조 더 내기 작정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교회가 나서면 우리 사회 전체가 따라올 수 있다.

 

20. 셋째, 통일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독일처럼 북한주민들이 한국사회를 선택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사회를 먼저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사회’로 발전시켜야 한다. 서독이 통일을 자극하기 위해 동독주민들에게 여행경비를 제공하면서 구경하러 오도록 초청했던 것은 그만큼 자신 있는 공동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 위 내용은 한반도평화연구원이 지난 2013년 6월17일 명동 청어람에서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을 주제로 개최한 ‘제38회 KPI평화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에서 일부 발췌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단체에 문의하면 된다.

 

윤덕룡, “통일과 통일비용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한반도평화연구원, 2013년 6월 17일, 서울: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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