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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원문] 과정으로서의 점진적 평화통일

by 데오스앤로고스 201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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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2014년 5월 7일 기사

 

하단의 내용은 기독교통일학회와 평통기연이 지난 5월 5일부터 6일까지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통일 before & after’를 주제로 개최한 ‘제3회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에서 발표된 것입니다. 제공 단체(자)와의 협약에 의해 데오스앤로고스에서 독자들에게 제공하지만 저작권은 제공 단체(자)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아울러 무단전제 및 불법적인 도용은 추후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는 만큼 주의를 당부합니다. <편집자 주>

과정으로서의 점진적 평화통일 / 임동원(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통일 이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통일 이후 감당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관한 해답을 모색하기 위한 소중한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의견을 나누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25년의 노력] 분단을 끝내고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입니다. 우리는 국제냉전 종식후 지난 25년간 한반도에서도 냉전을 끝내고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전진과 중단, 성취와 좌절이 교차하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남과 북은 통일 이전에 해야 할 일에 뜻을 모았습니다.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 존중하고 화해와 교류 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평화를 만들어 나가자고 합의한 것입니다. 남과 북이 서로 오고 가고 돕고 나누는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하고 ‘법적 통일’을 지향해 나가자는데 공통인식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법적 통일 이후에 이룩해야 할 정치 경제 사회 군사적 통합 과업을 ‘사실상의 통일’ 단계에서부터 준비해 나가고자 한 것입니다. 이것이 남북기본합의서(1991)와 6.15남북공동선언(2000) 그리고 10.4정상선언(2007)을 통해 합의한 내용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온 것입니다.

 

끊어진 민족의 대동맥인 철도와 도로를 연결, 길을 마련하여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남북의 왕래와 만남이 이루어지고, 이산가족이 상봉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역이 늘어나고 물자의 흐름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개성산업공단을 건설하여 경제협력을 촉진하게 됩니다.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체육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의 만남과 왕래, 교류와 협력이 빈번해지면서 긴장이 완화되고 적대의식이 수그러들고 신뢰의 싹도 트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중단될 때까지 10년간 식량 비료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2.4억/년)도 제공되었습니다.

 

 

[평화통일은 대박이요 축복] 최근 6년 간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화해와 교류 협력의 프로세스는 중단되었습니다. 긴장이 고조되고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면서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식어 갔습니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사그라져가던 통일 담론에 불을 지피고, 통일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일깨워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됩니다.

 

통일편익을 고려할 때 통일의 경제적 이득은 계량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통일은 갈등과 분쟁 그리고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과 북에 모두 대박이 되고 축복이 될 통일을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전쟁통일은 남북 모두의 파멸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흡수통일도 대박과는 거리가 멀다 하겠습니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와 흡수통일은 한국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자 재앙이 될 것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경제협력을 비롯한 교류 협력을 통한 점진적 평화통일입니다. “점진적 평화통일이야말로 분명히 대박이요 축복”이 될 것입니다.

 

[점진적 평화통일] 평화와 통일은 남이 가져다주거나 어느 날 갑자기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다. 통일은 남북이 합력하여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분단사상 최초의 남북정상회담(2000.6)에서 남북의 두 정상은 통일문제에 관한 공통인식을 이끌어 냈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와 남측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1989)이 토대가 된 것입니다. 요약하면,

첫째,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으로 그리고 자주적으로 이룩해야 한다.

둘째, 평화적 통일은 갑자기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통일은 목표인 동시에 과정이다. 점진적 단계적으로 현재진행형으로 이룩해 나가는 과정이다.

셋째, 통일의 과정에서 당면하는 어려운 과제들을 남과 북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해결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협력기구인 ‘남북연합’을 설립 운영해야 한다. 남북연합은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넷째, 우선 고질적인 반세기 상호불신을 해소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제협력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상호 신뢰를 다져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서의 점진적 평화통일 모델은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국가들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에 충분한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임에 틀림없다할 것입니다.

 

 

[화해와 교류 협력] 통일 이전단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자 합니다. 첫째, 남과 북이 화해하며 다방면의 교류 협력을 통해 상호신뢰를 다져나가면서 서로 오고 가고 돕고 나누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하는 것입니다.

 

1990년 10월 이루어진 독일 통일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 통일은 동독시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서독에 흡수당한 통일이 아닙니다. 동독시민들은 호기를 포착하여 비폭력 시민혁명을 통해 공산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동독시민들은 스스로 혼란을 수습하고 자유총선거를 실시하여 서독과의 병합에 의한 통일을 선택했습니다. 새로 수립된 민주정부는 서독과, 그리고 동서독이 힘을 합쳐 전승 4개국과 ‘2+4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의한 통일’을 이룩한 것입니다.
 
동독 시민이 그런 결심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서독의 동방정책입니다. 서독에서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20여 년간 일관성 있는 동방정책을 통해 동독에 해마다 평균 32억 달러 상당의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했습니다. ‘접촉을 통한 변화’ 정책을 추진하여 인적 왕래와 접촉,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분단으로 인한 양측 시민들의 불편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한편, 민족동질성 유지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해 나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동독시민이 의식변화를 이루고 동독시민들의 민심을 얻은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30여 년간 서독개신교회의 꾸준한 물질적 정신적 나눔 운동이 독일통일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입니다. 교회 안에서 성장한 비정치적 시민운동단체들(180여)이 시민혁명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마침내 라이프찌히 교회 신도가 주도한 5천여 시민의 평화적 촛불시위(89.9.27)는 즉각 전국 각지 교회로 확산되고, 마침내는 동베를린 1백만 시위로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게 된 것입니다.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서로 원수가 되고, 불신과 대결의 냉전 반세기를 살아온 우리의 사정은 독일과는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나아갈 길은 명백합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포용정책을 통해 화해하고, 인도적 지원과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등 교류협력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해야 합니다. 변화와 창조의 과정을 통해 주권자인 북한 동포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경제공동체의 실현] 둘째, 경제협력을 활성화하여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해 나가야 합니다.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그리고 10.4선언을 통해 합의한 대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민족 전체의 복리 향상을 위하여 남북 경제협력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여 상호의존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평화와 통일에의 지름길입니다. 유럽이 경제공동체(EEC)를 형성하여 국가연합(EU)을 이룩하고 정치적 통합을 지향하고 있듯이, 남과 북도 경제공동체를 형성 발전시켜 경제통합을 통해 정치통합을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과 대만은 법적인 통일은 안 되었지만 경제공동체 형성을 통해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대만과 중국은 서로의 차이점은 제쳐두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에 기초하여 경제우선 실용주의로 최근 5~6년 사이에 양안관계가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교역과 투자 등 경제협력의 활성화로 양안 간에는 주당 30편으로 시작한 정기항공노선이 지금은 8백여 편 운항되고 있으며, 왕래인원은 8백만 명/년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편 전화 송금 등이 자유로우며 8만개의 대만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고, 중국에 상주하는 대만인이 2백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장기간 적대관계로 군사적 대결태세를 유지해온 공산당과 국민당 정부가 선민후관(先民後官) 선경후정(先經後政)으로 정경분리 원칙을 유지하며 이룩한 결과입니다.

 

북한 급변사태와 흡수통일에 대비한 준비 보다는 통일 이전 단계에서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이 개방 개혁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방법입니다. 북한의 싼 노임을 활용하여 인프라 개선과 산업구조 조정 등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남북의 공동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통일비용을 절감하는 첩경이기도 합니다.

 

[평화체제 구축] 셋째,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6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전쟁상태인 군사정전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입니다. 적대관계를 유지하는 군사정전체제 하에서의 ‘선 북핵 해결 후 평화’ 라는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접근방법을 바꿀 때입니다.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노력 없이는 군사적 대결과 군비경쟁, 미북 적대관계의 산물인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나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하여 4자 평화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 합니다. 4자평화회담 틀 안에서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합니다. 4자 평화회담은 이미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10.4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것입니다.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확립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과정입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 즉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요합니다. 평화협정은 공고한 평화를 보장할 실질적 조치들, 즉 관계정상화와 북핵 폐기, 정치 군사적 신뢰구축조치와 군비감축 등 ‘평화 만들기’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4자평화회담은 남과 북이 주도하지 않으면 성사되기도 어렵고, 성사되더라도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4자평화회담 개최를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합니다.

 

[맺는 말] 역사의 가르침을 듣는 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지난 20년간 남북이 지혜를 모아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 그리고 6자회담 9.19공동성명 안에 통일 이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민족의 소원인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려면 이 소중한 합의들을 준수 이행하면서 이를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늘에 사는 우리에게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룩하라는 역사적 사명을 주셨습니다. 북한은 한국교회의 영적 각성과 진정한 회개의 기회로 남겨 놓으신 땅임을 깨닫고 소명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와 통일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교회 지도자와 성도들이 평화와 통일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확고한 소명의식, 그리고 연합과 일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할 것입니다.

 

 

통일 이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로마서 12장 17-21절의 말씀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화해 협력 변화 그리고 평화의 네 가지 메시지입니다. ①원수 갚는 것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고 화해하라, ②원수가 굶주리면 먹을 것을 주며 원수를 사랑하고 도와주며 협력하라, ③악을 악으로 갚지 아니하고 선으로 악을 이김으로써 원수를 새사람으로 변화시켜라, ④모든 사람과 더불어 평화롭게 지내라는 말씀입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 대결과 갈등을 부추겼던 과오를 반성하고 우리 마음속에 쌓인 분단의 장벽, 증오의 장벽부터 허물고 화해하는 것입니다.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서로 원수가 되고, 불신과 대결의 냉전 반세기를 살아온 우리에게 화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지난 20년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자기와 화해시키고 우리에게 화해의 직책을 주셨습니다.”(고후 5 ; 18)

 

평화와 통일은 용서와 화해, 사랑과 나눔을 통해 북한 동포들의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입니다. 평화통일은 북한 정권을 외부의 힘으로 붕괴시켜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이끌어 내부의 힘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접촉과 교류,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 북한 동포들의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서독의 경우처럼, 교회가 북한 동포들을 위한 물질적 정신적 나눔 운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할 것입니다.

더 나가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은 평화와 통일을 위해 행동으로 참여해야할 것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능동적이고도 성실한 노력과 남북합의의 준수 이행, 4자평화회담 개최 그리고 미국의 대북관계 정상화 등을 촉구하는 등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해야할 것입니다. 한편 소통과 다양성 속의 일치unity in diversity로 남남갈등을 최소화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심고 물주고 정성껏 가꿀 때에 하나님이 자라나게 하고 평화의 꽃을 피워주며 통일의 열매를 맺게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 모두 피스메이커가 되어 평화를 만들고 통일을 이룩하는 일에 앞장서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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